1966년 호주 서부의 필바라 지역. 황량함으로 가득했던 이곳은 한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 끝에 세계 광업의 중심지로 거듭난다. 역사를 만들어낸 주인공은 호주의 세계적 광산기업 리오틴토였다. 4년 전 철광석이 처음 발견될 당시만 해도 해안에서 290㎞나 떨어져 개발할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리오틴토는 채굴부터 수출할 배에 옮길 운송수단 확보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이곳 철광석은 훗날 포항제철 용광로에 들어가 대한민국 산업사를 새로 쓰게 했다.
리오틴토는 본래 스페인 서남부의 광산 이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광산에서 흘러든 광물이 녹아 강물이 붉은색이 된다고 해서 ‘붉은 강’이라는 뜻의 리오틴토로 이름을 지었다. 스페인 정부는 1873년 이 광산을 스코틀랜드의 사업가 휴 매더슨에게 팔았는데 광산기업 리오틴토는 이 당시 설립됐다. 인수 후 새로운 채굴기술을 도입하면서 10년도 되지 않아 세계 최고의 구리 생산지로 올라선다.
리오틴토는 여느 광산업체들처럼 인수합병(M&A)을 통해 커 나갔다. 특히 2007년 7월 캐나다 최대 알루미늄 업체인 알칸을 381억달러에 인수한 것은 세계 광산 업계에서 손꼽히는 M&A였다. 리오틴토는 이 딜에서 유력 후보였던 북미 최대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를 막판에 제쳐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후에도 계속된 광산 인수를 통해 구리와 철광석·석탄 등에서 세계 1~2위의 생산량을 기록하고 알루미늄과 다이아몬드·우라늄 등에서도 세계 상위의 점유율을 만들어냈다. 호주와 영국에 본사를 동시에 둔 리오틴토는 호주 BHP빌리턴에 이어 세계 광산 기업 2위에 올라 있다.
리오틴토가 성장의 산파인 필바라의 한 동굴을 폭파했다가 기업 윤리 문제로 위기에 처했다. 동굴에 매장된 800만톤의 철광석을 캐려 했던 것인데 이 동굴이 4만6,000년 된 유적지였다는 것이다. 호주 원주민들이 신성시하면서 고고학적 가치가 큰 장소였다. 리오틴토는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변명했지만 회사 차원에서 이미 이를 알고 있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결국 최고경영자(CEO)까지 사임했지만 도덕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기업 경영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한다.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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