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며 한국전쟁 70주년을 언급하자 중국 누리꾼들이 국가 존엄을 건드리는 행위라며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BTS는 밴 플리트상을 수상한 뒤 밝힌 소감에서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는 양국(한국과 미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밴플리트상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제임스 밴플리트 미 8군사령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으로 1995년부터 매년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수여해왔다.
12일 중국 매체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 누리꾼의 분노를 산 표현은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부분이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국가 존엄과 관련된 사항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면서 “BTS는 이전에도 인터뷰에서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인식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에 “당신은 한국인이라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나는 중국인이라 화가 난다”며 “BTS의 팬클럽을 탈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불매운동으로 커질 수 있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한 누리꾼들은 논란이 인 뒤 지난 7월 출시돼 판매 중인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0 BTS 에디션이 판매를 중지했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들은 삼성 차이나 사이트에서 BTS 에디션이 여전히 남아 있는 화면을 캡처해 올리면서 “삼성은 이 핸드폰을 깨끗이 처리하라”라는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자국군이 참전한 것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라고 부르고 있으며, 최근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애국주의·영웅주의·고난극복의 의미를 담은 ‘항미원조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BTS의 한국전쟁 발언은 웨이보 핫이슈에 올라 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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