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신은 누구인가. 바로 에로스다. 그리스 신화를 모방한 로마 신화에서는 큐피드라고도 부른다. 에로스가 쏜 금화살을 맞은 후 첫 번째 보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에로스 자신마저도 금화살을 맞으면 사랑에 빠진다. 반면에 에로스의 납 화살을 맞으면 상대를 증오하게 된다. 그리스 사람들은 참 재미있는 이야기꾼들이다. 사람은 언제 가장 행복할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닐까. 교수 생활하면서 제자들 결혼식에 주례를 60~70번은 한 것 같다. 신랑을 쳐다보는 신부의 얼굴, 그리고 신부를 쳐다보는 신랑의 표정은 해맑기 그지없다. 행복해지기 원하면 사랑에 빠져라. 사랑은 행복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전쟁 중 미 공군에서 있었던 일이다. 전투기가 엄청나게 많이 추락한다. 재산상의 손실만이 아니라 조종사들의 희생이 잇따르자 공군 내에서 비상이 걸렸다. ‘전투기를 보강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전투기들의 동체를 전수조사한다. 어디에 총알이 많이 박혀 있는지를 샅샅이 조사했다. 그랬더니 날개 쪽에 총알 맞은 자국이 가장 많았다는 통계 수치가 나온다. 이제 그곳에 더욱 강력한 재질로 된 금속판을 부착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러나 공군 참모총장의 생각은 달랐다. ‘엔진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왜 그랬을까. 엔진에는 총알이 하나도 박혀 있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엔진에 총알을 맞았던 전투기들은 무사히 돌아오지 못했던 것이다. 달리 말해 엔진만 튼튼하다면 전투기는 무사할 수 있다. 적에게 격추된 전투기는 조사에서 모두 빠진 거다. 물론 데이터와 통계가 중요하다. 그러나 해석은 더 중요하다.
한 회사에서 신제품이 발매됐다. 그런데 고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사장은 긴급 지시를 내린다. “이제부터 여러분들의 보너스는 클레임을 얼마나 잘 처리하느냐에 달렸다.”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고객불만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월급이고 보너스가 다 없다는 것이다. 고객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정책을 확고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효과가 있었다. 보고되는 클레임 숫자가 눈에 띄게 줄자 사장은 크게 만족한다. 보너스가 급상승하자 직원들도 크게 만족한다. 이런 것을 우리는 윈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 눈부신 성과는 직원들이 고객들의 불만을 전적으로 외면한 결과였다. 전화벨이 아무리 울려도 받지를 않았으니 클레임 보고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패전보를 알리는 메신저를 재수 없는 소리를 한다고 죽여버린 페르시아 황제가 갑자기 생각난다.
축구경기를 보면서 가장 가슴 졸이는 장면은 단연 승부차기다. 어떤 때는 ‘심장마비가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몸이 짜릿짜릿하다. 공을 오른쪽 상하단, 왼쪽 상하단, 그리고 정중앙, 이 다섯 가지 중 어디로 차는 것이 가장 승률이 높을까. 상대 선수가 발로 공을 차고 난 후 그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면 때는 이미 늦다. 그래서 키퍼가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예상해 미리 몸을 날린다. 공과 키퍼가 반대 방향으로 가기도 하고 같은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답은 정중앙이다. 공이 날아오는데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골키퍼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선수들도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 왜 선수들은 모두가 다 정면승부를 하지 않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다. 정면으로 차면 득점을 해도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되지 않는다. 득점에 실패하면 성의 없이 찼다는 온갖 비난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어쩌면 방탄조끼를 입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비난을 이겨낼 용기가 없는 것이다.
용기 있는 조직만이 고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책임을 면피하는 데만 급급한 조직은 결국 고객에게 외면당하고 만다. 과감하게 행동하는 조직만이 행운을 잡는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 빅데이터가 저절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고객과 진정한 사랑에 빠지기 위해서는 해석을 제대로 해야 한다. 해석을 잘해야 금화살을 맞는다. 잘못해서 납화살을 맞으면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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