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분야 최고 논의 기구인 올해 ‘중앙 경제 공작 회의’가 이달 중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회복 과정에서 확대했던 통화·재정 부양책을 줄이고 오히려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강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과열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8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들은 올해 중앙 경제 공작 회의가 오는 15일 전후로 열린다며 “주요 안건은 소비 확대 방안 마련과 함께 통화·재정 정책의 정상화 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직접 주재하며 공산당과 정부, 관련 기관들이 총출동하는 이 회의는 매년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에 진행된다.
이번 중앙 경제 공작 회의에서는 특히 그동안 코로나19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시됐던 부양책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 회복세에 따라 현지 전문가들은 올해 ‘3.6% 이상’이었던 재정 적자율 목표가 내년에 ‘3% 내외’로 다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재정 적자율은 2.8%였다. 지방정부 발행 인프라 투자 전용 채권 규모도 올해 3조 7,500억 위안에서 내년에는 3조 위안 전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미 중국 경제가 정상화 궤도에 들어섰다고 선전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올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동기 대비 6% 이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코로나19 직전인 지난해 4·4분기(6.0%)를 이미 넘어선다는 의미다. 신문은 또 “올해 전체로는 2~2.2% 성장에 이어 기저 효과가 나타나는 내년에는 8%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해외 연구 기관도 중국의 성장률이 내년에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펴낸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1.9%, 8.2%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중국 경제의 과열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현재의 부양책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내년에는 두 자릿수 성장에 이르고 결국 경제에 거품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최근 KOTRA 중국지역본부는 중국 주요 증권사 분석을 근거로 내년 중국의 성장률을 무려 9.5%로 예상했다.
논란의 핵심은 올해 경기 부양 과정에서 투자와 대출을 늘리면서 급증한 부채다. 최근 국제금융협회는 중국의 9월 말 현재 GDP 대비 국가 총부채율이 335%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302%)에 비해 무려 33%포인트 늘어난 것이며 이는 금액으로 33조 위안(약 5,500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액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경기 침체로 여전히 부양책에 의존하는 미국 등 주요국과는 달리 중국은 이제 긴축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향후 6개월간 급격한 금리 상승이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럴 경우 한계 기업들의 어려움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유동성 위기를 겪던 대형 국유 자동차 업체 화천그룹에 지난달 파산이 선고되는 등 기업들의 연쇄 부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동안 부양책에 편승해 목숨을 유지한 중국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반면 전반적인 긴축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중 경제 전쟁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첨단 기술 개발에 대해서는 여전히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전날 국가과학기술영도소조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의 과학기술 발전은 규모만 클 뿐 실력이 강하지도 못하고 기초연구 분야가 취약한 문제도 있다”면서 “선진 기술을 배우고 우리의 혁신 능력과 결합해야 한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이번 중앙 경제 공작 회의는 10월 말 진행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19기 5차 전체 회의(5중 전회)의 경제 관련 논의를 이어받아 내년도 사업을 확정하고 이를 내년 3월에 예정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표하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