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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일단 멈춤’으로 외교안보 미래를 열자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불확실성·불신 넘치는 혼돈 시대

정치 리더십 부재는 혼란 부채질

정지 표지판 앞에서 좌우 살피듯

환경·위상 고려 외교 목표 점검을





현재 우리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혼돈의 모습은 다양하겠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측면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는 정보의 홍수라는 측면으로 어느 한 사안에 대해 너무 많은 정보 및 주장들이 제공되고 있어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 수 없게 만듦에 따라 혼돈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둘째는 불신의 증가라는 측면으로 너무 많은 정보의 양만큼이나 불확실한 경우도 많아져 불신이 생겨나면서 혼돈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배타주의의 측면으로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불신의 확대로 ‘믿을 만하다’는 사람들만으로 울타리를 치게 되는 배타적 집단주의가 횡행해 불신은 더욱 증가하고 소통은 더욱 멀어지는 악순환의 혼돈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21세기에 접어든 지 벌써 20년이 흐른 작금에 있어서도 혼돈을 언급하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근대과학 문명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협하는 요인들 역시 새롭고 예상 외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에 의한 온난화 현상 등의 빈도 증가로 발생하는 자연 재해나 세계화에 의해 급속히 확산되는 전염병 등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그 규모나 속도에 있어 예상 외의 것이었다. 근대과학 문명의 최신예로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보급돼 지배하고 있는 모바일 기기 등이 상기한 문제점들, 즉 불확실성이나 불신을 낮추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부추기는 방향에서 작용하는 측면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가 겪었던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요인들에 더해 정치 지도자들로 하여금 ‘경제와 보건’ 중의 하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문제를 던짐으로서 혼돈을 더욱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 정치 부문의 리더십 또는 판단력 부재는 21세기에 있어서도 혼돈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혼돈 및 무질서의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특별한 것이 없다는 점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우울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 방법과 관련해 이제는 익히 알려져 있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되새겨본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란 간략히 말해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하면 그 무질서함이 지역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역으로 말하면 지역적 무질서의 극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깨진 유리창의 보수와 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휴지통 주변에 대한 깨끗한 관리도 유사한 예로 외교 안보 부문의 혼돈 및 무질서함에 적용될 수 있는 ‘깨진 유리창’의 보수 같은 용도로서 ‘일시 정지(스톱)’ 표지판의 활용을 제시해본다.



‘일시 정지’ 표지판은 적색 점멸등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한국에서는 일부 지자체에서 도입해 활용되는데 대체로 교차로에 사용되고 있다. 교차로에 일시 정지한 차량으로 하여금 제일 먼저 진입한 차량, 동시 진입한 경우에는 도로 폭이 넓은 곳의 차량, 그리고 직진 및 우회전 차량 등에 순차적으로 교차로를 통과하도록 제시한다. 이처럼 작은 길보다는 큰길, 또는 나중에 온 차보다는 먼저 온 차 등과 같이 합리적 우선순위를 정해준다는 점에서 질서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이러한 질서가 배려와 양보에 의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따라서 외교 안보 부문과 관련해 ‘일시 정지’ 표지판의 활용을 생각해보자는 것은 외교 안보 부문의 주요 과제들과 관련해 ‘일시 정지’ 표지판을 놓듯이 무엇을, 어떻게 우선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적절히 검토하자는 의미라고 하겠다. 우리의 목표가 현실적으로나 이상적으로 제대로 설정돼 있는지, 목표 달성을 위해 타당한 방법이 추진되고 있는지 등을 정지 표지판 앞에서 앞뒤 좌우를 찬찬히 살펴보듯이 되새겨보자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좌우 상관없이 무조건 앞으로 달려 나아가는 것에만 분주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예전과 비교해 많이 변했고 그동안의 노력으로 우리의 위상도 크게 변화, 상승했다. 상승된 위상만큼 책임도 따른다. 우리의 목표와 추진 방식이 그 위상에 걸맞게 책정돼 실행되고 있는지 스스로 검토해야 할 위상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요구하는 코로나19 사태는 이처럼 과거를 반추하며 미래를 설계할 것을 제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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