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섯 살 정민이는 얼마 전 두유 팩에 붙어있는 빨대의 뾰족한 끝부분에 검은자위(눈동자·동공) 부분을 찔렸다. 흰자위(공막)가 붉게 변해 엄마와 함께 바로 병원에 간 정민이는 상처를 입은 곳이 흰자위라 천만다행이라는 의사 소견과 함께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검은자위에 상처를 입었다면 염증·혼탁 등 합병증으로 시력저하까지 유발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안과 환자 중 눈 외상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0.8~8.1% 정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주로 손가락·손톱에 의한 상처, 종이·플라스틱·콘택트렌즈·화장솔을 사용하다 생긴 경우 등 경미한 외상이 가장 많았다. 강아지·고양이 등 반려동물 발톱에 눈동자가 긁혀 발생한 경우도 있다.
노원을지대병원 안과 정은혜 교수는 “눈을 긁히거나 이물질이 들어갔다면 통증, 눈물흘림, 눈을 잘 뜨지 못하거나 이물감 등이 계속될 수 있다. 눈을 비비면 상처가 커질 수 있으므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화학물질에 노출됐다면 생리식염수나 물로 즉시 충분히 세척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각막 상처 땐 통증·시력저하…감염·각막혼탁 방지 중요
우리 눈의 검은자위를 덮고 있는 조직을 각막, 흰자위 부분을 덮고 있는 조직을 결막이라고 한다.
각막은 눈알을 보호하고 빛을 굴절시켜 망막에 이르게 하는 창 역할을 한다. 5개 층(상피, 보우만막, 기질, 데스메막, 내피)으로 이뤄져 있으며 신경조직이 많이 분포돼 있어 손상을 받으면 심한 눈 통증을 느낀다.
각막에 상처를 입으면 각막 찰과상, 각막염, 각막혼탁이 발생할 수 있다. 각막 상피가 벗겨지는 각막찰과상은 눈 통증, 이물감, 충혈, 눈물 흘림, 눈을 뜨기 힘든 증상을 유발한다. 손상이 가벼운 경우 반흔 없이 잘 치유되지만 각막염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기질까지 손상되면 각막혼탁으로 시력저하가 생길 수 있다.
손톱·종이·나뭇가지에 긁혀 벗겨지면 각막상피와 각막기질 사이에서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결합체가 손상되기 쉽다. 그래서 각막상피가 자꾸 벗겨져 심한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반복돼 눈을 뜨기 힘들 정도다. 수개월~수년 뒤 갑작스런 통증과 눈물흘림 증상을 유발하는 ‘반복 각막 짓무름’(재발성 각막상피 미란)이 생길 수도 있다.
정은혜 교수는 “각막 상처는 통증이나 눈물흘림, 시력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반드시 진료를받아야 한다. 치료용 콘택트렌즈와 점안 항생제를 사용하며 경우에 따라 압박가림 안대, 점안 비(非)스테로이드 항염증제, 조절마비제 등으로 치료하고 감염·각막혼탁 등 합병증을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결막 찢어지거나 아래 혈관 터지면 대부분 자연치유
결막에 상처를 입으면 ‘결막하 출혈’, 외상으로 결막이 찢어진 ‘결막열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결막하 출혈은 결막에 있는 가느다란 혈관의 출혈로 결막 아래쪽에 혈액이 고여 흰자위가 빨갛게 보인다. 보기에 좋지 않지만 시력저하를 일으키지 않으며 특별한 치료를 안 받아도 2~3주 지나면 점점 옅어지면서 호전된다.
결막열상은 가벼운 통증·충혈·이물감이 나타나며 대부분 수일 안에 자연치유된다. 다만 감염 방지를 위해 점안 항생제를 사용하며 경과를 관찰한다. 창상이 큰 경우 봉합이 필요하다.
/임웅재 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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