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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기범 ‘필수템’ 돼버린 유령 법인 대포통장

금감원 적발 법인명의 대포통장 비중 5년 새 급증

주민번호 아닌 사업자등록번호로 당국 추적 피해

동일 대표자 명의 법인 13곳서 잇달아 피해 발생

“금융사기에 악용 시 정보 공유시스템 구축 시급”

/이미지투데이




경기 불황을 틈탄 신종 금융 사기 범죄가 늘고 있는 가운데 유령 법인 명의로 개설된 대포 통장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단속 강화로 개인 명의 대포 통장 개설이 어려워진데다 법인 통장의 경우 각기 다른 사업자 등록 번호로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같은 대표자 앞으로 개설된 복수의 법인 통장이 금융 범죄에 이용됐을 경우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대포 통장 2만 3,406건 중 법인 명의는 2,895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대포 통장 가운데 12%에 달한다. 지난 2015년 3%와 비교하면 5년 동안 법인 명의 대포 통장이 4배나 급증했다.

실제 인터넷사이트에서는 법인 대포 통장의 은어인 ‘법인장’을 판매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법인 명의로 개설된 대포 통장은 개인 명의 대포 통장보다 비싼 200만~400만 원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인 대포 통장은 보이스피싱처럼 적발 시 곧바로 지급정지되는 단발성 범죄가 아닌 ‘주식 리딩방’ 사기나 불법 레버리지 사기, FX마진거래 사기 등 장기간 금융 범죄 사기에 이용할 업체를 주 고객층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법인 대포 통장 판매자들은 구매자에게 불법 금융 사이트 운영자 입증을 요구하는 등의 치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지에 지난 18일 법인 통장을 판매한다고 올라온 게시글./사진출처=SNS캡쳐




금융 사기범들이 법인 명의 대포 통장을 선호하는 것은 범죄가 적발돼도 또 다른 통장으로 당국의 추적을 피하며 범행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 통장의 경우 같은 대표자 명의로 여러 법인을 설립해도 각기 다른 사업자 등록 번호를 부여받아 금융 당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 반면 개인 통장은 피해자가 지급정지를 요청할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신고 계좌 이외의 해당 명의인의 다른 계좌까지 비대면 인출 거래가 제한된다. 최정미 레버리지박멸단장은 “법인 설립이 까다로웠던 상법 규정이 폐지되면서 개인 통장보다 개설이 쉬운 법인 통장이 늘어났다”며 “특히 법인 통장은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기 쉬운 장점도 있어 사기범들에게 악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감시의 사각지대 속에서 동일인 명의로 다수의 유령 법인 통장이 개설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주식과 환율 거래 사기 등에 사용되다 채권 소멸 절차를 밟은 평택의 한 법인 통장은 대표 정 모 씨 앞으로만 추가로 12개의 또 다른 법인 통장이 발견됐다. 대표 정 모 씨 명의로 된 총 13개의 법인 통장 중 최소 8개가 유령 법인 통장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관련 법인에서 사기를 당한 피해자 아들 박 모 씨는 “같은 대표자 앞으로 설립된 여러 법인에서 유사한 사기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사업자 등록 번호가 달라 추가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조새한 법무법인 자산 변호사는 “법인 설립 요건을 다시 강화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동일한 대표자 앞으로 설립된 여러 법인의 통장이 금융 사기에 쓰였다면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법인 통장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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