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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단짠과 밋밋 사이…'개성 넘치는' 개성 음식

■통일식당 개성밥상-정혜경 지음, 들녘 펴냄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동안 ‘평양냉면’ 열풍이 불었다. 심심한 특유의 육수 맛에 예상 외로 20, 30대 젊은 세대가 열광했다. 음식 이름 앞에 ‘불(火)’이 붙는 매운맛, ‘단짠’이라 불리는 치명적이고도 중독적인 맛에 익숙했던 이들에게는 자극과는 거리가 먼 이 음식이 오히려 ‘개성 강한 맛’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개성 부자들이 즐겨 먹었던 물에 삶은 만두인 ‘개성 편수’/사진=들녘




평양냉면으로만 익숙한 북한 음식, 그중에서도 개성 음식은 한식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무역이 발달했던 고려의 수도 개성에는 다양한 문화가 유입돼 어우러졌고, 자연스레 독특한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 특히 고려왕조 500년 도읍으로서 ‘부유층의 혀를 즐겁게 하기 위한 음식’이 꽃을 피웠고, 그 전통과 매력은 조선 왕조 건국 이후에도 이어졌다.

신간 ‘통일식당 개성밥상’은 30년 한식 전문가인 저자가 통일 시대의 밥상을 떠올리며 개성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한 연구서다. 남도의 짜고 매운 맛과 북쪽의 싱겁고 심심한 맛의 가운데 위치한 ‘중립적인 맛’으로서의 개성 음식이 통일 한반도에 어울리는 밥상이라는 것이다.

다채로운 개성 음식에 대한 정보는 단연 이 책의 매력이다. ‘편수’는 대표적인 개성의 만두다. 다른 지방에서는 특별한 연회석상이나 잔칫상에서나 가끔 볼 수 있었다. 주로 여름에 여린 호박 채 볶음에 삶은 녹두 나물, 볶은 쇠고기를 소로 넣은 뒤 물에 삶아 만들어 먹었다. 편수의 주재료인 밀은 황해도에서 많이 생산됐는데, 품질 역시 우수해 개성에서 편수는 물론이요, 국수 요리도 크게 발달했다. 개성 부자들이 값비싼 재료를 넣어 먹던 개성 편수는 개성 출신들이 운영하는 식당 몇 곳을 제외하고는 쉽게 만나보기 힘든 ‘더 귀한 음식’이 됐다. 이 밖에 개성인의 ‘영혼의 음식’이자 국내 모 대기업 창업주(개성 출신)의 추모 행사 때 구내식당에서 나눠 먹는다는 개성 장땡이(장떡), 고수를 넣어 만들었던 개성 보김치 등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장을 넣어 부쳐 먹는 개성 장땡이/사진=들녘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상징적인 개성인 5인을 위해 저마다의 의미를 담은 개성 밥상을 만들어 낸다. 고려의 대표 문인 이규보에게는 달큼한 아욱국과 담백한 꿩 찜, 그가 밭에서 정성으로 가꾼 채소들로 만든 오이선과 솔 향 가득한 송이산적, 그리고 향기로운 봉래주를 더한 정갈한 한 상을, 송도의 빼어난 인물 황진이를 위해서는 열구자탕과 개성 무 찜, 품격있는 보김치와 가향주를 더한 다채로운 기방 밥상을 선사한다.

다양한 문헌을 바탕으로 한 상세한 설명과 삽화가 더해져 ‘눈으로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만 2,0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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