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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짓는 불사보다 '인재 불사'가 더 중요하죠"

◆충남 당진 영탑사 주지 상준스님

"부처님 가르침 생활 속 실천되어야

불교도 뛰어다니며 '인연' 찾기 필요

작은 사찰 영탑사 부임땐 신도 3명뿐

유튜브 등 사찰 알리기 구슬땀

이제는 법당이 꽉 찰 정도죠"

영탑사 주지 상준스님이 유리광전 앞에서 사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건축 불사보다 인재 불사가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그러려면 부처님 가르침이 실생활과 동떨어진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실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관점에서 불교도 법당에 가만히 앉아서 인연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저 같은 젊은 스님들이 주축이 되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거죠."

충남 당진 영탑사(靈塔寺)의 주지 상준스님은 코로나 시대에 불교가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상준스님은 정묵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수덕사에서만 20년 가까이 지냈다. 올해로 법랍 20년차인 스님에게 영탑사는 처음으로 주지 소임을 맡은 곳이다. 그만큼 영탑사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영탑사는 통일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전통사찰이다. 하지만 오랜 역사에도 영탑사가 대외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다. "교회에서 들으면 코웃음을 칠 일이겠지만 첫 주지 소임을 맡아 영탑사에 와 보니 신도가 달랑 3명 뿐이었어요. 그마저도 불자라기보다는 절에 대한 오랜 애정 때문에 찾아오시는 인근 주민 분들이셨고요. 다른 사찰처럼 불자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했었는데, 법회를 열 수는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죠."

무학대사가 조성했다는 영탑사 약사여래상(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11호)은 유리광전 뒤로 이어진 상왕산 암벽에 새겨져 있다.


지역적인 한계도 있었다. 사찰이 자리한 상왕산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특히 당진은 한국인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고향이면서 개신교 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영탑사는 지역 주민을 제외하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산중 암자나 개인 소유의 사찰 정도로 인식되어왔다. 수덕사에만 수십 년 있던 상준스님도 "부끄럽지만 부임해서 오기 전까지는 영탑사에 대해 잘 몰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막상 부임을 하고 보니 영탑사의 중요성이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영탑사는 금동비로자나불상존좌상(보물 제409호) 등 다양한 불교 문화재를 품고 있다. 다만 제대로 된 법당조차 없던 작은 사찰이었던지라, 문화재 보존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불상을 도난 당한 것만 두 차례. 어렵게 되찾아올 때마다 동네 주민들이 밤새 보초를 서면서 불상을 지키기도 했다고 한다.



그랬던 영탑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건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인법당과 유리광전 정도만 있던 작은 사찰에서 전 주지인 비구니 스님이 20년에 걸쳐 불사에만 매진하면서 현재의 가람을 일궜다. 뒤이어 주지가 된 상준스님은 "영탑사를 지키기 위해서는 사찰을 외부에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불교경전 원각경 독송 법회를 2년 째 이어오고 있다. 2019년 부임 당시 2~3명이던 불자는 법당이 꽉 들어찰 정도로 늘어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직전에는 실내 법회를 야외에서 열어야 할 정도로 수강생이 늘어났다. 코로나19 이후로는 법회를 사실상 중단하고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있다. 스님은 "코로나19에도 불자들이 계속 찾아오셔서 집에서 그동안 공부한 것들을 되새기고, 영상으로 보충하시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영탑사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보물 제409호)은 두 차례나 도난 당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현재는 특수 제작된 대형 금고 안에 보관돼 있다.


코로나 19로 불자들의 발길은 줄어든 대신 영탑사를 찾는 일반인들의 발길은 오히려 늘었다. 스님이 사찰 알리기에 더욱 적극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스님이 직접 출연해 사찰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상준스님과 당진 영탑사(인간극장. ver)'이란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그 후로는 영상 속 영탑사의 풍경에 매료돼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스님은 앞으로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영탑사에 들렀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영탑사는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을 소멸시킨다는 약사여래 기도도량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은 물론 무기력을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산사에서 쉬어가듯 영탑사에 들러 영험하다는 약사여래마애불에 기도하고, 보물 불상도 구경하시고 가보는 건 어떨까요. 혹시나 누군가와 인연이 되어서 불교로 귀의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생기면 충분히 만족할 것 같습니다."

/글·사진(당진)=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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