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해 경찰이 9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이에 비위 직원들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처벌을 위해서는 이들이 싼 땅을 몰수하기 위해 내부 정보를 불법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업무 관련성 입증이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수사관 67명을 동원해 경남 진주 LH 본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건에 연루된 직원 13명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현행법상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산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야 법 적용이 가능하므로 경찰은 이 부분의 관계성을 입증하는 데 집중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들에게 우선 적용된 혐의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위반이다. 이 법 7조 2항에 따르면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과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취득한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을 통해 토지 몰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패방지법을 적용하려면 관련 내부 정보를 활용한 사실이 입증돼야 하는데 개발 예정지 지구 지정 업무를 담당한 직원 외에는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특정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자체 조사 결과 해당 직원들이 신도시 후보지 관련 부서나 광명·시흥 사업본부 근무자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해당 직원들이 스스로 투자 가능성을 판단해 땅을 샀다고 발뺌하면 처벌이 어려울 우려가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강훈 변호사는 "의혹 대상자들이 비밀정보를 이용해 투자한 것인지는 수사와 재판의 영역이지만 이를 입증한다는 게 쉽지 않아 국민의 법 감정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아니라 부패방지법의 경우 업무 연관성과 더불어 실제로 이익이 실현돼야 적용이 가능한데, 이번 사례의 경우는 아직 토지보상 등이 이뤄지지 않아 법 적용이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이고 피의자들의 행위가 모두 확인되지는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개별 혐의의 구체적인 적용 여부까지는 예단이 어렵다"고 밝혔다.
부패방지법 외에 경찰이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공공주택 특별법도 비슷하다. 이 법 9조 2항은 업무상 알게 된 개발 관련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몰수에 관한 조항은 없다. 수억원이 넘는 투자 이익을 챙기고도 고작 벌금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는 직원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내부 정보를 활용해 땅을 샀는지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자로 의혹이 제기된 직원들의 자택, 근무지와 더불어 LH광명시흥사업본부가 포함된 점도 이곳에서 생산된 내부 정보가 특정 방식을 통해 유출 되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혐의 입증을 위해 토지 매입 시기와 방법, 동기 등을 폭넓게 조사하고 있다"며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자료를 확보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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