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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게이머는 '프로'인데, 게임사는 아마추어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들의 복장은 자유롭다. 하지만 격식을 차려야 할 자리는 있다. 명함에 “내가 최고경영자(CEO)”라며 욕설을 적어놓았던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국회 청문회에는 정장 차림으로 나섰다. 책임자로서 사과에 나설 때 지켜야 할 프로의 자세다.

한국은 어떤가. 17년간 쌓여온 불만이 터졌다. 현금 결제한 게임 아이템의 확률이 조작됐다는 의혹이다.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실상은 ‘청문회’다. 게임과 함께 성장해 30대가 된 이용자 대표는 모두 정장을 갖춰 입었다. 반면 캐주얼한 차림으로 등장한 기업 대표자는 이용자들이 준비한 288개 질문에 답변하느라 쩔쩔매는 모습이었다. 넥슨이 지난 13일 14시간 동안 진행한 ‘마비노기’ 간담회의 모습이다.



이 간담회는 게임계를 뒤흔들고 있는 ‘확률 조작 논란’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이용자들은 더 이상 ‘코 묻은 돈’으로 게임 하던 초등학생이 아니다. 정장이라는 갑옷을 갖춰 입고 “결제한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어른이다. 게임사는 어떤가. 태도는 아마추어인데 돈 버는 데만 프로다. 안일한 해명과 적당한 보상이면 곧 잠잠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선명하다. 30대 사회인을 사탕 주면 조용해질 아이 다루듯 하니 불만이 사라질 리 없다. 본사 앞 시위 트럭으로 시작됐던 사태가 국회로 번지고 공정위 조사로 확대된 이유다.

게임 시장은 글로벌하다. 한 수 아래로 보던 중국 게임은 이미 매력은 물론 기술력에서도 우리를 제쳤고, 확률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한국 게임이 중국에 앞서 있는 점은 십수 년간 쌓아온 신뢰와 추억이다. 시간만이 쌓을 수 있는 자산이다. 그 경쟁력을 게임사 스스로 무너뜨렸으니 무슨 변명을 하겠는가. 생존을 위해서는 ‘프로’가 된 이용자 수준에 맞게 환골탈태해야 한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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