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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카터와 바이든 정부의 인권외교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학

바이든, 위구르 문제 삼아 中 압박

'인권 최우선 기치' 카터와 닮았지만

동맹국 규합 '도구'로 활용 속내도

韓 '북핵 외교' 다시 큰 도전 직면





미국과 중국이 연일 중국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이 신장 위구르나 홍콩 등 중국이 주권을 강하게 주장하는 민감한 지역에 대해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여기에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미국 편에 가세함으로써 중국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이 급속도로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에 대해서는 국내 인권 상황이나 잘 관리하라는 식으로 냉소적으로 대응하고 유럽의 경우 일부 정치인과 기관에 대한 보복성 제재를 단행해 맞불을 놓고 있다.

그런데 인권은 미국 외교를 움직였던 상시적이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이고 편의적으로 활용된다고 비판받기도 했다. 특히 동서 대결의 냉전 상황에서는 인권 외교의 정치성과 편의성이 더욱 부각된 경우가 많았다. 냉전 당시 미국의 역대 행정부는 옛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의 인권유린을 폭로하면서 자유주의 세계의 우위를 과시하고자 했다. 인권이나 민주주의만큼 공산권 국가의 전체주의적 성격을 폭로하기에 유용한 무기도 따로 없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냉전 당시 미국의 인권 공세는 미국 내 진보적 인사들에 의해 ‘윤리적 등가성(moral equivalence)’의 문제로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진보적 인사들은 공산주의 정부와 비교해 볼 때 아시아와 남미의 반공 독재 정부를 지원하는 미국과 이러한 지원을 받는 우익 독재 정부가 정치적 억압의 측면에서는 사실상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 외교의 이중성과 위선을 비판했다.

이러한 생각에 힘을 실어주면서 미국 외교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사람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는 미국 외교가 지나치게 냉전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으며 미소가 대립하는 동서 문제에서 벗어나 개도국에 대한 지원 등 남북 문제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봤다. 이러한 생각에 따라 카터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인권 외교를 미국 외교의 핵심 요소로 삼겠다고 발표했고 그 결과 당시 유신의 절정에 있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우방 독재 정권 지도자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황에서 등장한 카터의 인권 외교는 다분히 국내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평화를 주창하는 민간 지도자라면 어떨지 몰라도 초강대국의 대통령이자 자유 진영의 지도자로서 카터의 이러한 생각은 시대를 잘못 읽은 성급한 판단이었고 이는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입증됐다. 카터의 인권 외교는 당시 미국 국익의 핵심 내용, 즉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고 소련으로부터 국제정치의 주도권을 되찾아 동맹국과의 결속을 다져야 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워싱턴 정가는 카터의 순진한 발상에 대해 냉담했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의 주한 미군 철군론도 미국 조야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 쑥 들어갔다.

새로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권을 미국 외교의 전면에 내건 것은 그가 도널드 트럼프의 폭정 이후 등장한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리처드 닉슨 이후 등장한 카터의 경우와 유사하다. 이러한 국내적 배경에서 바이든 대통령도 인권 및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개인적 신념의 차원에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미국이 중국의 ‘전랑외교(戰狼外交)’에 대항해 동맹국을 규합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카터와 다르다. 이와 함께 경제 불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그리고 인종 갈등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국내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일단 인권 문제를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고 동맹의 단합을 도모하고자 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요컨대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를 경험한 후 확고해진 개인적 신념, 중국의 강력 부상, 동맹의 재구축, 국내 상황의 정비 등 다양한 현실적 이유로 인권 외교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양자 협상의 전술적 무기가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 간 다자적 협력의 견인 수단으로 인권 외교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할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우리 외교가 다시 한번 큰 도전에 직면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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