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오는 2036년까지 지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6일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선거 및 국민투표 관련 법률을 지난해 개정된 헌법 조항에 맞도록 개편하는 개정법에 서명했다. 새 대통령 선거법에는 ‘두 차례 대통령직을 맡았거나 선거 공고일 현재 두 번째 임기의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러시아인은 입후보 자격이 없다’고 규정돼 있다. 동일 인물이 세 차례 이상 대통령직을 맡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그러나 단서가 달렸다. 지난해 채택된 개헌안이 발효된 시점 이전까지 특정 인물이 수행한 기존 대통령직 임기는 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상 현직인 푸틴 대통령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 조항으로 재출마가 가능하도록 그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72세가 되는 2024년 5기 집권을 위한 대선에 재출마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맡을 수 있다.
지난 2000년 처음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실세 총리’을 지낸 5년(2008~2012년)을 제외하고 계속 대통령 자리를 지켜왔다. 이번 법 개정으로 푸틴 대통령은 무려 30년이 넘는 ‘초장기’ 집권이 가능해졌다. 이전 장기 집권은 옛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을 29년 동안 통치한 이오시프 스탈린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일찌감치 재출마 의지를 밝혀왔다. 그는 지난해 6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헌안이 확정되면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간 모스크바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2036년까지 대통령직에 남으면 (러시아) 역사상 가장 오래 집권한 스탈린보다 (집권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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