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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건축계 노벨상' 휩쓰는 이유는 뭘까

[책꽂이]■전후 일본 건축

조현정 지음, 마티 펴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최다 수상국은 일본이다. 1987년 수상자 단게 겐조부터 지난 2019년 수상자 이소자키 아라타까지 무려 8명이다. 그럼에도 일본 건축에 대한 국내 서적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조현정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의 신간이 눈에 띈다. 책 제목에 ‘전후(戰後)’를 강조한 것에 대해 저자는 전쟁 이전의 군국주의와 차별화된 민주주의, 평화주의, 경제성장을 특징으로 하는 가치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패전과 함께 일본은 군국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로 변모해야 했다. 단게 겐조의 ‘히로시마 평화공원’은 전후 일본이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프로젝트였다. 단게는 원폭이 초래한 비극적 상황을 세계 평화라는 미사여구로 탈바꿈시켰고, 일본을 가해자에서 희생자 이미지로 바꿔 놓았다.



책은 이렇게 1945년 이후 일본 건축의 주요 국면을 시대순으로 정리했다. 1960년대의 고도 성장기의 일본 건축가들은 가변성·유연성을 내세운 프로젝트로 ‘메타볼리즘’을 이뤘고 인공대지, 캡슐호텔 등으로 큰 영향력을 미쳤다. 1970년 오사카 만국 박람회는 경제성장과 기술 진보가 가져온 급격한 사회 변동에 대응한 미래도시의 모델로 평가된다. 이후 오일쇼크로 인한 침체기의 건축가들은 이전 세대의 영웅주의 대신 건물 사용자들의 삶에 거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안도 다다오 등 도시와 단절하고 바깥에서 내부를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이 시기의 대표작들을 저자는 개인의 피난처로서의 주택이라고 설명한다. 1990년대의 장기 불황기를 살아가는 일본 건축가들은 “너무 늦게 태어난 세대”라 할 정도로 대형 프로젝트의 기회를 누리지 못했기에 ‘주택’에서 돌파구를 모색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인테리어 소품 및 주택업체 무지(MUJI)를 중심으로 중산층의 욕구를 반영하고 버블 이후 사회의 감수성을 간파한 건축가들은 단순히 건물디자이너가 아닌 생활·소셜디자이너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 건축의 발전상을 비교하며 현재의 부동산 문제 등을 함께 생각한다면 더욱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2만4,0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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