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야권이 혁신과 중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내 논란에 대해 빠른 조치를 취하는 한편 합당 등 야권 통합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최고조인 지지세를 대선 국면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9일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의 당직자 폭행 논란과 관련, “지금 경위나 사후조치를 파악 중”이라며“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재보선 당일 밤 8시께 당사 3층 개표상황실에서 당 사무처 소속 직원에게 폭행·폭언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논란이 될 문제에 대해 발빠른 조치를 취하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내정된 이경전 교수가 ‘세월호 막말’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차명진 전 의원을 옹호한 사실이 확인되자 하루 만에 내정을 철회했다.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촉발된 합당 논의도 가시화되고 있다. 주 권한대행은 “(국민의당에 합당을) 어떤 생각으로, 어떤 시기·절차로 할 것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우리와 생각이 같으면 바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도 협의를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모습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전날 안철수 대표가 기자들에게 말했듯이 우선 선거 과정에 대한 복기와 정리가 필요하다”면서도 “서로가 (합당과 관련해) 내부 (의견) 정리를 빠른 시간 내에 해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합당과 맞물려 야권 혁신 움직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야당의 변화 방향으로 혁신을 가장 먼저 제시했다. 안 대표는 “민주당의 무능과 부패로 얻은 반사이익에만 기대서는 더 이상의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며 “저들보다 유능하고 저들보다 깨끗한 야당이 되기 위한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사무총장도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패거리정치를 청산하고 협량하고 폐쇄적인 조직의 낡은 습성과 문화를 혁신하는 체질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야권의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야권의 중도 확장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전날 주 권한대행은 SNS에 “성난 민심이 지금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우리 당의 혁신 그리고 야권의 대통합”이라며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힘을 야권 대통합의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도 “국민의 힘은 내년 대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범야권의 진지로 변모해야 한다”며 “안철수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금태섭 모두를 끌어 안고 내년 3월의 대회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맞췄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이같은 중도 확장 추진의 선봉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초선 의원 8∼9명이 내주 초 회의를 열고 당 개혁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회의에서는 중도 외연 확장 기조에 대한 초선들의 의지를 어떤 방식으로 드러낼지 의견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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