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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시진핑의 도박은 성공할 수 없다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대국굴기' 中, 세계 패권 노리지만

경제·군사력서 美추월 사실상 불가

인권유린 탓 국제적 우군확보도 난항

韓, 양자택일 내몰리면 美 선택해야





한중 수교 이전인 지난 1986년의 일이다. 세계은행을 통해 중국이 경제정책과 관련해 한국과 비공식적으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김만제 경제부총리, 진념 차관보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이었던 필자로 구성된 한국대표단은 태국 방콕에서 중국 대표단을 만나 이틀간 회의를 했다. 회의는 주로 중국 대표단이 개방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에 관해 우리의 의견을 묻고 우리가 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1988년에는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했는데 중국 참가자들은 필자가 발표한 한국의 수출 진흥 정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또한 당시 중국 정치 지도자들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깊이 연구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 중국은 놀라운 경제 발전을 거듭했다. 중국이 채택한 발전 전략은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는 개방해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고도성장을 달성하는 것이다. 정치 권위주의와 시장경제의 절묘한 조합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이른바 ‘박정희 패러다임’을 중국이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 됐고 지금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덩샤오핑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외교 전략을 폈다. 이를 이어간 장쩌민이나 후진타오와는 달리 시진핑은 ‘대국으로 우뚝 선다’는 ‘대국굴기(大國?起)’ 전략을 경제는 물론 군사·외교 분야에서 추구하고 있다.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노선을 버리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의미하는 ‘중국몽(夢)’을 내세워 군사력을 강화하고 장기 집권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은 지난 1세기 동안 국제 무대에서 최강국 지위를 유지해온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의 세계 패권 전략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공산주의 자체의 모순으로 발생한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최근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경 진압과 직할 통치 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1984년 영국과 중국은 1997년 이후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되 외교와 국방은 중국이 관장하는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근간으로 하는 홍콩반환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행태는 이러한 약속을 완전히 뒤집는 것으로 홍콩 주민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심각한 인권 탄압 문제가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 등 자유 진영의 강한 비판과 더불어 관련 인사에 대한 제재도 취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미얀마 군부가 민간인을 참혹하게 학살하는 사태에 대해서도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구속력 있는 결의안 채택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미얀마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둘째, 새로 출범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중국의 약점을 적극 활용하는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는 달리 ‘가치 외교’를 지향하는 바이든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해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전략을 추진하기 때문에, 중국의 인권유린 문제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매우 불리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중국은 개방화 전략 추진 이후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국내총생산(GDP) 규모 측면에서는 미국과의 격차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나 세계경제 질서의 틀을 짠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또한 군사력 측면에서도 양국의 격차는 경제 부문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따라서 시진핑의 ‘대국굴기’ 전략은 중국에도 실익보다 손해가 더 클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 그것은 두 나라 중 하나를 택하는 상황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상책이나 만일 꼭 해야 한다면 북한의 핵 위협에 놓여 있는 우리는 미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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