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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용] 선거 2주후, 그 많던 현수막은 어디로 갔을까


※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지난 8일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T 쇼핑몰 앞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끝난 직후인 지난 8일 오전 8시 30분. 영등포구 T 쇼핑몰 앞에 있는 대로변에 걸린 현수막이 아직도 화려합니다. 전날 밤 치열했던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밝게 웃고 있는 후보들의 현수막이 대중을 향해 감사 인사를 건네는 것 같습니다.

환경단체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이번 보궐선거에는 서울 424개 동에 무려 1만 2,720개의 현수막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각 후보자는 선거 운동을 위해 해당 선거구 내 읍·면·동 수 2배 이내로 현수막을 붙일 수 있다는 공직선거법을 토대로 계산한 수치입니다. 선거가 끝난 다음 날부터 13일 동안 선거구 내 읍·면·동마다 당·낙선 관련 현수막 1장도 붙일 수 있습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벽보나 공보물은 종이라 재활용이 되지만 현수막은 보통 폴리에스터 원단에 인쇄해 만들어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수막은 주로 소각되는데 이 과정에서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이 배출돼 선거 때마다 환경오염 논란이 일었습니다. 현수막 처리 등 친환경 선거 문제는 꽤 해묵은 과제입니다. 실제 2002년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이 '환경친화적 선거 문화 조성을 위한 실천방안'이라는 연구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사거리 인근에서 송파구청 관계자들이 4·7 재보궐 선거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선거가 끝나고 쓰임새가 사라진 거리의 저 수많은 폐현수막 처리 문제, 지금은 변했을지 알아봤습니다.

현수막 단 사람한테 직접 물어보자!(발품팔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난 8일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외벽에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에디터는 먼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창이던 4월 초 당시 유력 후보였던 오세훈 후보 측과 박영선 후보 측에 전화해봤습니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현수막의 사후처리 방법이요?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도 “현수막은 각 지역에서 각기 다른 업체가 제작한 거라 동일한 처리 방법이 없다”고 난처해 합니다. 양 후보 측은 사실상 현수막 처리에 큰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현수막을 설치한 당사자들은 관심이 많지 않으니 도시 경관을 관리하는 서울시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거 공보물 처리는 각 자치구 소관이라서….”라고 말을 흐립니다. J 구청 청소행정과를 찾아가 봅니다. J 구청 관계자는 “현수막을 업체에 보내서 소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작년에는 서울시에서 예산을 보내줘서 현수막을 재활용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예산이 없어 쉽지 않다”고 난감해 합니다.



인근 Y 구청도 J 구청처럼 폐현수막을 재활용하기보다는 주로 소각하고 있었습니다. M구청은 일부 폐현수막을 재활용하고 있지만 그 양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각 구청이 폐현수막을 재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비용 문제가 가장 커 보입니다. 실제 J 구의 지난해 폐현수막 발생량은 14톤에 달하는데 소각처리 비용은 280여만원밖에 안 든다고 합니다. 폐현수막을 재활용할 경우 인건비와 물류보관비 등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소각이 경제적 효율성은 뛰어나 보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폐현수막 38만 5,751장 중에 재활용 되는 양은 21만 4,875장(55.7%)에 불과합니다.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청 관계자들이 관내에서 선거 현수막을 수거해 구청 보관 장소에 적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와 함께 폐현수막 처리와 관련된 입법도 미비합니다.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국회는 2018년 3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수막 매수도 선거구 내 읍면동 수마다 1개에서 2배 이내로 늘어났습니다. 선거에 쓰일 현수막 양은 늘었지만 이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규정은 여전히 없습니다. 중앙선관위 측은 "현행 선거법상 선거 관련 인쇄물에 대한 재활용 규정은 없다”며 “환경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돼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폐현수막 패널(건축자재)로 집이 만들어지고 있다.


폐현수막의 일생을 추적하다 보니 이들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폐현수막을 ‘선순환’ 시키는 재활용 업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원단 전문 업체 세진플러스도 그중 한 곳입니다. 세진플러스는 폐현수막으로 목재를 대체할 수 있는 고밀도 섬유 패널(건축자재)을 생산하는 기술력이 있습니다. 업체는 기증받거나 사들인 선거용 폐현수막 패널로 6평짜리 집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 첫발을 뗐지만 폐현수막 패널 집이 상용화되면 친환경 선거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활용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 많은 양의 폐현수막을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박준영 세진플러스 대표는 “폐현수막을 분류하고 물류창고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서울시가 재활용 문제에 관심을 두고 민관 협력에 나서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아쉽게도 서울시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사용된 폐현수막 관련 재활용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앞으로 1년 뒤에는 서울시장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대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거란 내 삶을 바꾸기 위한 민주주의 축제라고 합니다. 축제가 끝난 뒤 발생할 쓰레기 문제도 생각해보는 성숙한 선거 문화, 함께 고민해보지 않을래요?

/팀지구용 use4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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