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기업 부채를 국가가 갚아야 할 빚(국가보증채무)에 포함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3.5%로 노르웨이를 제외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반정부 부채(중앙·지방 정부와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D2) 대비 공기업 부채의 비중도 48.8%로 2위인 멕시코(22.8%)의 두 배가 넘는다. 공기업 부채가 이렇게 많은 것은 정부가 정책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기고 공기업이 돈을 빌리도록 하기 때문이다. 정부 부채와 달리 공기업 부채는 국회 등의 심사가 필요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공기업은 공기업 대로 정부의 지급보증을 믿고 재무 개선 노력을 게을리 한다. KDI는 공기업과 정부의 이같은 ‘이중 도덕적 해이’를 없애려면 공기업 부채를 국가보증채무에 포함해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석유공사가 대표 사례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부채가 18조6,449억원으로 자산(17조5,040억원)을 초과하면서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빚으로 밀어붙인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실패한 결과다. 석유공사의 회생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순간 공기업 부채는 나랏빚이 된다.
지난해 연금 부채까지 포함한 국가 부채는 1,985조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1,924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이 가운데 846조9,000억원에 달하는 중앙·지방 정부 부채(D1)만 국가 채무로 인정하고 있다. 공기업 부채(D3)와 연금 부채(D4)는 비확정 부채라며 국가 채무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석유공사 사례에서 보듯 공기업 부채는 언제라도 국가 재정 운용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연금 부채도 정부가 매년 공무원 연금과 군인 연금의 적자를 메워주고 있는 만큼 당연히 나랏빚으로 관리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라도 재정 건전성이 악화해 국가 신용도가 하락하고 경제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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