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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택 정치'가 만든 이상 징후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민들 편만 가르는 졸속 정책에

시장 무너지고 '주거 사다리' 실종

행정가가 만든 본연의 정책 시급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공시 가격 급등으로 민심이 사납다. 정부 약속과는 달리 고공 행진하는 집값으로 집 없는 사람들의 허탈감과 배신감이 적지 않다. 게다가 임차인의 보호와 주거 안정을 위해 기습적으로 도입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이 사회를 분쟁과 소송의 사회로 내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책은 행정가가 해야 한다. 그 분야에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충분히 알고 있는 이들이 만들어야 한다. 주택 시장은 실험장이 아니다. 5,000만 명이 매일매일 사투를 벌이는 삶의 현장이다. 일부 목소리에 좌지우지돼서는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때와 장소·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비난을 꿋꿋이 참아내며 옳은 방향으로 소신껏 터벅터벅 갈 수 있는 그런 행정가가 집과 관련한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국민들을 더 이상 편 가르지 않고, 헌법에서 정하듯 모든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가가 개입한 주택 정책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공평할 수 없고 풍전등화다. 언제든 편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표이기 때문이다. 표를 가진 사람들의 가벼운 아우성에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5,000만 명의 주거 문제를 다뤄야 하는 부동산 정책은 보이는 곳뿐 아니라 이 사회의 보이지 않는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그리고 길게 봐야 한다.

다양한 규제 완화 논의들이 입법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위험하다. 공시 가격 급등으로 시작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폭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과세 대상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한다. 강력한 대출 규제가 몰고 온 돈을 가진 자의 천국이 된 주택 시장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40~50% 대출 비율을 90%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단지 이것만의 문제일까. 이것만 해결되면 꼬일 대로 꼬인 주택 시장 문제가 해결될까. 근시안적인 논의들이다.



주택 정책은 실종된 지 오래다. 집값에 매몰된 주택 정치만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잡음이 끊임없다. 기울어져 있다 보니 버티기도 버겁다. 주택 정책의 목표는 집값 안정이 아니다. 주택 시장 안정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적정한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을 잘 관리하고 시장에서 집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세금으로 필요한 주거 지원을 해주는 것이 정책이다. 정책에는 불공평이 있어서는 안 된다. 편 가르기도 없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정책의 대상이 돼야 한다.

입법부의 개입을 줄여 주택 정책 본연의 모습을 하루라도 빨리 되찾아야 한다. 행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관련 전문가와 시장의 국민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긴 호흡으로 헝클어진 주택 시장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1인 가구와 다인 가구, 신혼부부와 중·장년 부부, 청년 세대와 노년 세대. 이 사회는 이렇게 대비되는 계층으로 조각나 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모두 하나다.

혼자 살던 청년 세대 무주택자가 결혼하면 신혼부부가 된다. 더 이상 1인 가구가 아니다. 아이를 낳으면 다인 가구가 되고 집을 마련하면서 중·장년 부부가 돼간다. 그렇게 노년 세대를 맞이한다. 한 사람의 한 가족의 일생이다. 이를 분절해서 조각내 버렸다. 일생을 살면서 집은 다양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작금의 주택 정치가 감당할 수 없는 대목이다. 오히려 주거 사다리만 걷어차 버렸다. 되찾아야 한다. 일생을 이어줄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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