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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바이든의 성공 비결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일자리 정책 등 대중 지지 받는데

공화, 사회주의로 매도 '자충수'

되레 바이든 자신감 상승 계기로

경제지표도 좋아 선순환 가능성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정권으로부터 위기에 빠진 나라를 물려받았다. 그가 제일 먼저 내놓은 주요 정책은 미국을 위기로부터 건져내기 위한 단기 부양책이었다. 뒤이어 나온 제안은 미국이 안고 있는 장기적인 문제를 처리하고 보다 나은 사회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여당인 민주당은 현재 의회의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지만 그의 정책은 공화당의 결사적 반대에 직면한 상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 속에 임기를 시작했지만 그의 정책은 강력한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했다. 반면 바이든의 정책은 비현실적일 만큼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오바마 재임 기간을 통틀어 의료개혁법(ACA)의 인기는 그야말로 바닥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ACA 폐기를 시도하기 전까지 이러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공화당 유권자들의 절대 다수가 ACA에 반대했다.

반면 바이든의 일자리계획(AJP)은 미국인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선출직 공화당원들은 바이든의 제안을 한목소리로 반대하지만 공화당 유권자들의 절반을 넘는 사람들이 이를 지지한다.

바이든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공화당 정치인들의 폐쇄적 사고다. 공화당은 모든 진보적 아이디어를 사회주의로 몰아치고, 중도 좌파 정치인들을 싸잡아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으며, 자신들을 ‘일자리 창조자’로 내세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들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일 뿐 누구도 설득하지 못한다.

바이든의 일자리계획이 기반 시설 투자와 전혀 상관없다며 공세를 편 마샤 블랙번 공화당 상원의원은 공화당의 닫힌 사고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다. 블랙번 의원은 바이든이 기간 시설에 투자하겠다고 해놓고 수천억 달러를 노인 복지 예산으로 돌린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그는 유권자들이 노인 지원을 못마땅해할 것이라 확신한 듯싶다.

바이든의 모나지 않은 성격과 공화당이 설득력 있는 정책 논쟁을 벌이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 역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바이드노믹스의 인기는 10여 년 전에 비해 훨씬 자신감이 붙은 민주당의 정책 효율성을 반영한다.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은 정상적인 정당으로 중도 좌파에 속한 전 세계의 다른 정당들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과거 민주당은 이 같은 정체성을 포용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다.



돌이켜보면 오바마 시절의 한 가지 특징은 그들과 목표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었다. 포퓰리스트처럼 들리는 정책은 그것이 무엇이건 미국 경제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하는 은행가들과 긴축재정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양보를 거듭했다. 이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는 의료개혁안에 대한 공화당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헛된 시도로 출범 초기에 시간을 허비했다.

이는 서민들에게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단행하는 등의 간단하고도 인기 있는 정책을 꺼리는 자신감 결여를 초래했다. 대신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눈치조차 채지 못할 미미한 정책에 주력했다.

이제 상대에 대한 일방적 존중은 사라졌다. 월스트리트의 영향력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바이든의 경제정책 보좌진은 경제를 회복시키면 당의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은 저절로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 초당적 협력에 대한 집착 또한 사라졌고 그 빈자리에 공화당의 불성실에 대한 현실적 이해가 들어섰으며, 이는 새 행정부가 공화당의 논점에 무관심해지는 요인이 됐다.

고질적인 자신감 결여도 깨끗이 사라졌다. 바이든은 대담하고 가시적인 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정책들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유권자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대기업들의 세 부담이 너무 작다는 견해를 줄기차게 피력했다. 트럼프 감세 정책 실패에 고무된 바이든 정책팀은 대중에게 그들이 원하는 바를 기꺼이 제공하고 있다.

바이든 취임 첫 해인 2021년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기인 2009년과 사뭇 다르고, 공화당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한 상태다.

물론 경제가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이게 되면 바이드노믹스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 역시 무너질 것이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이 1984년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등 모든 지표는 미국이 경제 활황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모든 것이 표로 연결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초반 지표들은 바이든이 오바마가 결코 이루지 못했던 목표에 도달할 것임을 시사한다. 바이든은 진보적인 정책을 인기 있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고 바로 그것이 그가 달성해야 할 목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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