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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진영· 이념 편향 정책에 집착…경제 지표·구조 모두 실패” [청론직설]

◆‘J노믹스’ 설계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지난 4년동안 일자리 양과 질 모두 악화에 양극화 되레 심화

재정 퍼부어 정부 비대해지고 기업 위축·산업 경쟁력 약화

부동산·노동정책, 시장 원리 무시하고 한쪽 치우쳐 부작용

반도체 인력 양성 방치…신기술 고급인재 키우기 주력해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1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지난 4년간 진영과 이념에 편향된 생각을 정책 가이드라인으로 고집해 경제지표와 구조 모든 면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문재인 정부 4년간의 경제 성적표는 낙제 수준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청년들은 최악의 취업난에 시달렸고 ‘부동산 시장 안정’을 장담했지만 집값은 폭등했다. 국가 부채 급증으로 재정에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소득 주도 성장을 밀어붙였지만 소득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기업들은 기업 하기 더욱 힘들어졌다고 호소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설계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을 12일 만나 왜 이렇게 됐는지, 어떻게 해야 글로벌 산업 패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4년 내내 정권을 지지해주는 진영을 염두에 두고 이념 편향 정책에 집착해 경제지표·구조 모든 면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 정책도 진영 논리로 접근해 반도체는 물론 신기술 분야에서도 인재 양성을 못 하고 있다”며 “교육·산업 등 도처에서 퀄리티(품질)가 무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무엇보다 국민들의 행복감이 떨어졌다. 설문 조사 결과나 통계지수로도 그렇게 나온다. 민생이라는 게 교육비와 전셋값이 어떠냐 등으로 나타나는데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가 제일 나쁘다. 일자리 사정도 나빠졌다. 취업자 수를 보면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49만 5,000명 늘었다. 이에 비해 박근혜 정부는 145만 4,000명, 이명박 정부는 96만 6,000명, 노무현 정부는 95만 6,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는데 그렇지 않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안 좋았다. 그렇다고 일자리 질이 좋아지지도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역점 과제로 제시했던 양극화 해소는 어떻게 됐는가.

△양극화지수를 보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각각 6.7, 9.2인데 현 정부는 22.3이다. 양극화가 아주 심해진 것이다. 일자리는 양과 질 측면에서 모두 나빠지고 양극화도 심화됐으니 현 정부가 자랑할 게 있겠는가. 경제구조라도 나아졌으면 앞날에 대해 기대해볼 수 있는데 그마저 더 나빠졌다.



-먼저 재정의 구체적 상황은 어떤가.

△국가 부채가 현 정부 들어 크게 늘어났다. 일반 정부 부채에 공공 부채를 더한 D3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을 보면 올해 60%를 돌파하고 내년에는 65%를 웃돌 것 같다. 그 이상 재정지출이 늘어나면 오히려 국민 후생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재정지출이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을 내년에 넘어선다는 뜻이다. 그동안 재정을 지나치게 함부로 썼다는 얘기다.

-재정을 많이 썼으면 효과가 있어야 하지 않나.

△재정 1조 원 지출 시 국민 1인당 소득 증가를 조사한 내용을 보면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비해 현 정부가 현저히 나쁘다. 예산을 쏟아부었는데도 성과 또한 좋지 않다. 재정을 낭비해 부채를 너무 많이 늘렸고 성과도 나쁜 상황을 만들었다. 민간·기업·정부를 모두 합한 총부채도 지난 4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제일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가계 부채가 대폭 늘어나더라도 국가 부채가 덜 증가했으면 가계 부채 중 위험 부분이 생길 경우 국가가 부담해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 부채마저 급증해 두고두고 부담이 되는 빚 문제를 안게 됐다.

-민간 부문의 활력도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4년은 정부 주도 경제의 시기였다. 정부가 기업 활력은 살리지 않고 규제를 쏟아내면서 투자 감소 등 민간 부문 위축을 초래했다. 기업들이 투자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 것이다. 기업 규제를 늘렸으나 규제 완화에는 아주 소극적이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전체 경제에서 정부 부문만 비대해지고 정부 역할이 커지는 바람직하지 못한 구조를 만들어놓았다. 이는 산업 경쟁력 약화를 가져왔다. 경제가 잘되려면 민간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 이익이 증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산업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 그 핵심인 기업을 북돋우는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여전히 규제 법을 양산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

-그래도 올 들어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 않나.

△최근 수출이 잘되는 것은 지난 2018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전후로 발생한 전 세계적인 재고 감소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다. 우리 수출구조를 보면 변화가 없다. 전통적으로 수출을 많이 했던 분야가 그대로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신규 투자는 아주 미미한 수준밖에 안 된다. 산업 생산구조를 노후한 상태 그대로 방치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정책 오류와 잘못된 상황 판단 때문이다. 경제 전체를 보지 않고 부분만 봤기 때문이다. 경제는 유기체여서 구성 인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수요와 공급이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한쪽만 봤다.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들면 공급은 보지 않고 수요만 들여다봤다. 기업과 노동이 상호작용하면서 고용이 창출되는 것인데 노동 쪽만 생각했다. 이렇게 부분만 쳐다보고 정책을 쓰다 보니 정책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정책 부작용이 나타나면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2018년 5월 들어 통계적으로 분명히 경기가 꺾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도 다 그렇게 지적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를 부정했다. 그때 경기 하강을 인정했으면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반성하고 고칠 수 있었을 텐데 기회를 놓쳐버렸다. 그 이유는 “서민과 무주택자를 위한 것”이라며 특정 측면만 보다가 경제 전체를 놓친 것이다. 결국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 경제정책 실패의 주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편향적 접근을 한 의도는 무엇일까.

△정치적 배경으로 볼 수 있다. 정부를 지지해주는 진영을 염두에 두고 그 진영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편 것이다. 국가보다는 정권, 국민보다는 진영을 앞세운 분열 정치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과 연관된 것이 이념이다. 이념이 실용보다 앞섰다. 상징적인 것이 소득 주도 성장이다. 노동 가치 실현이 중요하다는 이념에 매몰돼 임금은 누가 지급하는지, 고용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기업에 부담이 가면 정부가 지원해주면 된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생각해버렸다. 이념에 편향된 생각을 정책 가이드라인으로 삼다 보니 부작용이 생기고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념에 집착하면 국민이 더 못살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지나치게 ‘친(親)노조’라는 지적이 많다.

△국내 노조 구성원은 전체 노동자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90%는 비노조원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조원 10%를 위해 존재하고 그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노동자 전체를 위한 노동정책이라면 90%의 의견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글로벌 산업 패권 경쟁이 치열한데 정부의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전쟁터가 되고 있는 반도체를 들여다보면 문제는 인력이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는 앞서지만 비메모리 설계 분야가 부족하다. 그동안 이 같은 지적이 많았는데도 필요한 인력을 키우지 않았다. 인력 육성은 정부의 의무다. 정부가 대학에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줘야 하는데도 방치해왔다. 무슨 산업이든지 발전시키려면 고급 인력이 필요한데,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이 중요하다. 그런데 대학이 수년간 등록금 동결로 우수한 교수를 영입하지 못하는 바람에 그 역할을 하기 힘든 상태다. 반도체는 물론 신기술 분야에서 인재 양성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전체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인가.

△맞다. 산업 경쟁력과 인재 양성이라는 전체적인 그림은 안 보고 등록금이 비싸면 가난한 사람들이 대학에 다니기 힘들 것이라는 점만 본 것이다. 대학의 질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고, 그러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정권을 잡은 세력이 가난한 사람만 바라보면서 대학 정책을 결정한 것이다. 이게 현 정부의 현실이다. 교육·산업 등 도처에서 질적 측면이 무시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기업들에 잘해보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얘기인가.

-문재인 정부가 공정과 정의를 강조했지만 되레 무너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미래연구원이 2019~2020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핵심 가치를 뽑아보니 공정과 정의였다. 공정과 정의를 앞세운 정부에서 국민들이 이를 부르짖고 있는 것은 이 정부가 공정과 정의 실현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국민보다 정권 지지 세력을 중심에 두고 정치를 하고 정책을 편 결과다.

-일부 대선 주자들이 ‘기본소득’ 도입 등을 주장하는데.

△핀란드 등 기본소득을 실험한 나라 가운데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는 곳이 거의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주장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본다. 시장경제 체제, 공정성, 재정 부담 능력 등 모든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무엇보다 열심히 일하고 살려는 의지를 꺾게 된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수 있다.

He is...

1947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광주일고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강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경제연구소장·경상대학장·경제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국제통상학회와 국제경제학회 회장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설계했으며 2017년 5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일했다. 현재는국가미래연구원장과 남덕우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다.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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