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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호소에도...근본해결책 없이 여야 중대재해법 강화

이탄희 '벌금형 하한 규정' 개정안 발의

野도 기업 법 위반 사항 엄중 처리 강조

처벌 위주로는 근본해결책 한계 지적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산업재해 사고를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정주, 이수진(비례), 이탄희, 장경태 의원. /권욱 기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벌금형의 하한(1억 원)을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경제계가 지난 1월 ‘누더기’ 처리된 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 입법을 요구해온 가운데 고(故) 이선호 씨 사망 사건 이후 정치권이 또다시 친노동계로 급격히 기울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역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이날 이 씨 사망 현장인 평택항을 방문해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결국 여야 모두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제도 개선보다 ‘노동 표심’에 구애하며 ‘기업 옥죄기’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기업에 ‘규제를 위반하면 더 큰 비용을 치른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환노위 야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도 “사망 사고의 원인을 조사해 법 위반 사항을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고 예방 조치보다 처벌 위주인 법안은 극단적”이라며 “사고 예방을 정부가 지원하고 예방과 제재라는 단계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선 앞두고…與野 또 다시 불거진 친노동 선명성 경쟁


정치권이 앞다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강화에 나선 데는 결국 내년 대선에서 노동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경기 평택항 일용직 근로자 이선호 씨의 사망사건 뒤 여론의 흐름이 악화되자 선명성을 부각시키겠다는 목표 역시 전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대재해법 개정안은 벌금형의 하한(1억 원)을 규정했다. 지난 1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현행 중대재해법의 벌금 규정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고 판단해 지난해 대표 발의한 자신의 법안을 재차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법안심의 과정에서 핵심적인 내용이 삭제되면서 알맹이가 빠진 실효성 없는 법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벌금형의 하한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업무상 사망 사고에 대해 법원은 터무니없이 낮은 벌금액을 선고하고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판사가 벌금형을 선고하기 전에 산재 사고 전문가, 범죄 피해자 단체 등으로부터 양형에 관한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는 ‘양형특례조항’도 되살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민주당은 김영배 최고위원 주도로 산업재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중대재해법 보완 여부를 점검하기로 해 한층 높아진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제1야당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씨 사망 현장인 평택항을 방문해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하고 나섰다. 김웅 의원은 산업안전공단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 관련 법 위반 여부를 확인 중이며, 임이자 의원도 원내대책회의 등을 통해 사고 재발을 위한 법 위반 사항을 철저하게 확인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나섰다.

정의당도 이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당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이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배제, 50인 미만 사업장 3년 적용 유예 등 허점투성이 법을 만들어놓았다”며 “정의당 제안대로 법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치권의 ‘노동 쏠림’ 현상에 경제계는 반발하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50인 이상 사업장에 시행될 중대재해법이 산업 현장과는 동떨어진 ‘깜깜이’ 법이라는 점에서 경제계는 지속적으로 보완 입법을 요청해왔지만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경제계는 중대재해법이 산업안전보건법과 함께 이중 처벌과 과중 처벌 등의 문제가 있음을 꾸준히 건의했다. 재계는 중대재해 기준을 근로자 1명 사망이 아닌 2명 이상 사망, 또는 1년 이내 2명 이상 사망 등으로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3월 고용노동부가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 등에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독립조직을 두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 초안을 내놓자 이 역시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이달 최종 시행령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씨 사망 사건이 발생해 보완은커녕 되레 법안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틀어지게 된 상황이 됐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존 법에 대한 시행령이 나오는데 다시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행령도 또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과도한 입법으로 기업에 책임만 지우고 경영은 예측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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