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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금융위 엇박자에…법안 통과돼도 효력 논란 불가피

[암호화폐 규제법안 난립]

금융상품 명시돼야 규제 가능한데

금융위 "상품 아니다" 입장 고수

野 "정부, 책임 회피 말고 대응해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을 사용한 테슬라 차의 구매 결제 허용을 돌연 중단한다고 발표한 지난 13일 서울 역삼동의 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투자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하락하고 있는 시황판을 살피고 있다. /이호재기자. 2021.05.13




여야가 앞다퉈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와 시장 규제 법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정작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가 금융 상품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와 여야 의원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암호화폐를 투자 대상이 아니어서 보호할 수 없다는 정부와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야 의원 간의 팽팽한 줄다기가 이어질 경우 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자칫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가 다음 주부터 내놓는 암호화폐(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가상자산사업자인 거래소와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더 이상 손을 놓았다가는 거래소 폐쇄 등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반영됐다. 현재 암호화폐의 일간 거래액은 20조 원으로 국내 주식시장 거래액을 추월할 정도로 팽창된 상태다. 하지만 국내에는 주식을 매매하는 거래소가 한국거래소 한 곳인 반면 암호화폐는 약 200곳에 기준을 알 수도 없는 암호화폐들이 무더기로 상장돼 거래되는 상황이다. 전산 장애로 거래가 수시로 멈추고 매도 후 출금이 안 되는 사고가 연일 터지고 있고 심지어 암호화폐가 다단계 수단으로도 변질돼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까지 나섰다. 암호화폐 거래 투자자의 약 65.5%(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기준)가 상대적으로 자산이 낮은 2030세대로 투자 피해를 보면 경제적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에 국회가 암호화폐 거래소와 매매에 대한 강한 규제법을 마련해 시장을 조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양경숙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가상자산법 제정안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인가 요건 △가상자산사업자 의무 규정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내부자거래·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금지 및 가상자산업 감독 △가상자산업 관계 기관 △벌칙 규정 등을 골자로 한다. 또 양 의원은 가상자산과 관련된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 거래, 시장 질서 교란 등 불공정 거래 행위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도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는 동시에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강한 규제책을 내놓는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다음 주 발의할 법안은 금융위 산하에 ‘가상자산발행심사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가상자산사업자가 가상자산을 발행하려면 금융위가 정하는 거래 안정성 등을 승인받아야 하는 규정을 신설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자본금 규제와 거래를 위한 예치금 의무화, 시세조종 행위 처벌 등도 명시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용우 의원도 금융위 인가를 의무화하고 사업자에게 신의성실의원칙, 이해 상충 관리 의무 등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법안이 발의되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곧바로 법안 심사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같은 법안으로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금융 상품에 대해서만 사업자의 설명 의무와 불공정 영업 행위 금지 등을 적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본시장법에 암호화폐가 금융 상품으로 명시돼야 투자자 보호를 위한 행정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암호화폐에 대해 ‘금융 상품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국회가 법안을 마련해도 정부가 뒷짐을 지면 투자자 보호는 요원해진다.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시장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손 놓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책임을 회피하며 뒷짐을 지고 있다”며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정부가 투자자 보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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