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준비하던 서울 4선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며 “치열하지만 아름다운 경쟁 대신 세대갈등, 지역갈등, 거친 말들로 채워지는 전당대회는 국민들의 불신과 당원들의 좌절만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패기와 경험 어느 하나만으론 (당 대표의) 막중한 소임을 다하기 어렵다. 아쉽게도 최근 우리의 모습은 한참 부족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간 ‘등산 설전’과 당 안팎에서 불거진 ‘영남당’ 논란을 겨냥해 당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저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국민이 공감하는 시대정신을 찾아 실현해 내는 ‘국민의힘’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그 변화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 저를 더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저의 모든 것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간 당권 출마 의사를 내비춰온 주자 중 불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권 의원이 처음이다.
권 의원은 차기 당 대표가 행해야 할 역할에 대한 당부도 남겼다. 권 의원은 “당의 지도체제를 바꿔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자기를 내세우는 대신 보이지 않게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내는 ‘Unsung Hero(이름 없는 영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인 권 의원은 서울 영등포을 지역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뒤 지난해 총선에서 지역구를 용산으로 옮겨 당선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주중대사를 지낸 친박(친박근혜)계 전략통이었다. 아래는 불출마 선언문 전문.
저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동안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셨던 모든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당대표는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끌어 갈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당의 지도체제를 바꿔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할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독선과 폭정으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는 문재인 정권을 반드시 퇴출시키고, 빼앗겼던 지방 권력도 되찾아와야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하루라도 빨리 국민의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하고, 우리 경제를 다시 도약의 궤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자기를 내세우는 대신 보이지 않게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내는 ‘Unsung Hero(이름 없는 영웅)’이어야 합니다.
패기와 경험 어느 하나만으론 막중한 소임을 다하기 어렵습니다.
아쉽게도 최근 우리의 모습은 한참 부족합니다.
치열하지만 아름다운 경쟁 대신 세대갈등, 지역갈등, 거친 말들로 채워지는 전당대회는 국민들의 불신과 당원들의 좌절만 더 키우게 될 것입니다.
4.7 보궐선거 승리가 당연히 내년 대선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들부터 먼저 변화해야 합니다. 하루 빨리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스스로를 다시 한번 가다듬을 때 비로소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제 저는 국민이 공감하는 시대정신을 찾아 실현해 내는 ‘국민의힘’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그 변화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 저를 더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저의 모든 것을 다하려 합니다. 다시 한번 많은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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