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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이집트왕국 수백년 통치도 첩보전으로 가능했다

■비밀정보기관의 역사

볼프강 크리거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





이집트 왕국은 세계 정복을 내세운 왕국 중 가장 초기의 본보기로 평가 받는다. 이웃 국가들과의 무수한 전쟁 끝에 기원전 1532년 신왕조가 시작됐고, 영토를 확장하며 수많은 민족을 수백 년 동안 통치했다. 오랜 기간 왕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정보’다. 왕은 곳곳에 심어 둔 ‘자신의 사람들’로부터 그 지역 엘리트와 군소 왕국의 충성심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았다. 왕의 사자들은 수시로 왕국을 돌아다니며 국경 지역과 이웃 민족에 대한 소식까지 수집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집트 왕국이 히타이트인들과 싸워 참패한 적이 있는데, 이때 히타이트가 이용한 것도 정보였다는 점이다. 히타이트는 주변 정세를 파악해 이집트 왕국 동쪽 국경에 인접한 속국이 이집트를 등지게 했고, 파라오 곁에 첩자를 심어 전세를 유리하게 만들었다. 인터넷도, 고도의 과학기술도 없던 고대에도 적에 맞서 권력 혹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비밀 정보 업무가 존재했다.

신간 ‘비밀정보기관의 역사’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첩보 활동과 관련 기관의 역사를 짚어본다. 프랑스와 영국의 왕위 계승을 둘러싼 첩보 경쟁부터 나치 정권에서의 독일 비밀 정보 업무, 냉전 시대 미국과 구 소련의 스파이 활동, 그리고 미국 비밀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알려진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의 전방위 감찰에 이르기까지, 독일 역사가인 저자가 세계사 곳곳에서 나타난 비밀스러운 활동과 관련 사건들을 소개한다. 다른 책에서도 봤을 법한 스파이 사건을 단순 나열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각각의 비밀 정보 활동이 역사적 배경에서 왜 발생했으며 어떻게 이해됐는지를 서술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정보 기관과 그들의 활동은 순기능과 역기능 중 ‘어느 쪽이 크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자는 비밀 정보 업무로 인한 인권 침해 문제를 지적하는 동시에 테러리즘, 국제 보안을 위협하는 해적 활동 등은 효과적인 비밀 조직에 의해 퇴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함께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비밀정보기관을 정치적으로 훨씬 더 강력하게 통제하고 이와 동시에 그들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인지,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믿고 싶은 그 이상으로 불확실하다”고 한계를 지적한다.



책은 무엇이 옳다거나 어떻게 해야 한다고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장구한 첩보의 역사를 지나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사이버 전쟁 이야기로 글을 맺는다. 인터넷 확산으로 그동안 역사를 거쳐 펼쳐져 온 비밀 업무는 훨씬 커졌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군사 전략적 논리’에 속하게 됐기 때문이다. 2만 5,0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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