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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미루자던 이낙연·이광재·정세균, 왜 '현행유지' 수용했을까

이낙연·이광재·정세균 모두 ‘현행유지’ 수용

전날까지 “소집 조건 갖춰” “권력욕” 맞선 與

당무위 소집해도 과반 확보 장담하기 어렵고

후발주자 박용진·추미애 ‘반대’ 의견이 영향

경선서 ‘비이재명’ 단일화 전선 펼쳐질 수도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왼쪽부터), 양승조 충남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두관, 박용진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마리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양승조 충청남도 도지사 출판 기념회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광재 민주당 의원,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대선 경선 연기를 주장해오던 여당 내 대권 주자들이 25일 현행 당헌·당규를 유지한다는 당 지도부의 결정을 전격 수용했다. 다만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경선 연기'를 강력하게 주장한 데 이어 당 지도부 결정을 뒤집기 위한 '당무위원회' 카드까지 검토했다는 점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으로 평가된다.

'비이재명계' 대권 주자들은 이날 당 지도부가 경선 일정 현행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곧바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광재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당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도 "집단면역 이후 역동적 국민참여가 보장된 경선실시가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지도부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이 전 대표 대변인인 오영훈 의원은 당의 결정이 발표된 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오늘 당 지도부가 내린 결정은 다수 의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이고도 독단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 이는 우리 민주당이 지켜온 민주주의 전통을 스스로 허무는 나쁜 선례임이 분명하다"며 "코로나 비대면에 여름철 휴가와 올림픽 경기 등으로 인해 흥행 없는 경선을 결정한 지도부는 향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의원과 정 전 총리 등의 입장이 나오자 곧 입장을 바꿨다. 이 전 대표는 SNS를 통해 "대통령 후보 경선시기에 대한 당 최고위원회의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했다. 그는 "경선시기를 둘러싼 당내 논의에서 나타난 우리당 의원들과 수많은 당원들의 충정은 우리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귀중한 에너지로 삼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성형주기자


비이재명계 주자들이 곧바로 '수용' 입장을 내자 당내에서는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전날까지만 해도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가 정면 충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4일 정세균계는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뒤집기 위한 '당무위원회 소집' 계획을 짰다. 정세균계 한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당무위원회 소집을 위한 요건을 충족했다"고 전했다. 현행 당헌은 당무위 인원의 ⅓ 이상이 동의하면 당무위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당무위원회를 통해 지도부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당헌에 "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은 대통령 선거일전 180일까지 하여야 한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돼있기 때문이다.



이재명계 의원들은 격렬히 반발했다. 이재명계 한 의원은 "대선을 패배하든 말든 자기 욕심만 챙기겠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이 지더라도 당의 패권을 가져가자는 적나라한 권력욕"이라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들은 당무위원회 소집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했다. 당무위원회에 안건이 올라오더라도 최고위가 이를 상정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논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자 15만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공명포럼 출범식이 2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렸다. 이 지사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비이재명계가 당무위원회를 소집하지 않고 당 지도부의 결정을 수용한 것은 ‘불투명한 당무위원회 의결 가능성’과 ‘군소 주자들의 경선 연기 반대’를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내부 검토 결과 당무위원회에서 과반을 차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당무위는 △당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 △전국대의원회의 의장 △당 소속 시·도지사 △시·도당위원장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민주당 당무위원은 총 79명으로, 과반이 돼야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 그러나 송 대표는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여성, 청년 등 5명 이하의 당무위원을 선임했다. 또한 당무위에 소속되는 중앙당 당직자를 송 대표가 선임했다는 점에서 비이재명계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또 박용진 의원,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경선 연기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것도 경선연기파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박 의원은 지난 24일 전북을 찾아 “민주당이 먼저 후보를 뽑는다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경선 연기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3일 출마 기자간담회에서 "(경선일정 룰은) 계파정치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제 후임인 이해찬 대표가 전 당원 총의를 물어 특별 당헌당규로 정리해 놓은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모든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그것을 가지고 새삼스레 토론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이 지사 한 명만 설득하기에도 힘든 상황에도 세 명의 후보 반대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박용진 의원이 8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접어들 경우 선두 주자인 이 지사에 대항하는 ‘반(反)이재명 연대’가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낸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친노 좌장인 이광재 의원 등이 ‘범친문’ 그룹을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이 의원이 서로 출마 선언식에 상호 방문하는 등 교류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경선 중반으로 접어들더라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 경우 다른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하차하는 등 이 지사에 대항하는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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