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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이재명發 기본소득 논쟁과 정치적 이해 득실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장

내년 대선 핵심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야권서 사기성 포퓰리즘 공격 이어

여권에서도 "현실성 없다"평가절하

재원조달 방안 등 검증논란 거세질듯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장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소득을 매월 현금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제(UBI)’는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다. 18세기 계몽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기본소득제를 주장했다. ‘사회신용(Social Credit)’의 저자인 경제학자 클리퍼드 더글러스는 “기술은 총생산과 근로자의 소득 간 격차를 확대하기 때문에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국가배당(National Dividend)을 지급함으로써 이러한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진보 진영은 시민권을 보장하고 보편적 복지를 구현한다는 이유에서, 보수 진영은 제도 운영이 간단하고 근로 의욕이 감퇴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기본소득제를 찬성한다. 또한 일론 머스크 등 다수의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은 자신들이 일군 엄청난 부(富)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본소득제를 적극 지지한다.

특히 최근 국제사회에서 기본소득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평생 고용 개념이 무너지고 임금 및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고용 불안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많은 국민이 기본소득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에서는 여권 대선 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제를 핵심 대선 공약으로 제시함으로써 기본소득제는 내년 대선에서 주요 정책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김종인 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제를 “배고픈 사람이 빵을 먹을 수 있는 자유”라고 비유하면서 이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표명하자 기본소득제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이런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사람은 이 문제를 정치권에서 제일 먼저 제기한 이 지사다. 내년 대선에서 최대 쟁점이 될 양극화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처음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김 비대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자 야당 인사들이 이 지사의 기본소득제 공약을 ‘사기성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정강정책 1조 1항을 끄집어내면서 “나를 욕하려면 국민의힘 간판부터 바꿔달라”고 응수하고 있다. 이에 더해 더불어민주당 내 대권 경쟁자들 역시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을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판세는 기본소득을 핵심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이 지사의 판정승이다. 그 이유는 기본소득 공약을 통해 이 지사는 내년 대선에서 핵심 의제를 선점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이로 인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도 대선 후보 중 ‘경제를 가장 잘할 후보’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문제다. 기본소득제가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느 나라도 시행하지 않은 것은 기본소득제 도입에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스위스에서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기본소득제 안이 찬성 23%, 반대 77%로 부결된 것 역시 대규모 증세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국내 시민단체인 랩(LAB)2050은 1인당 월 30만 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추진에 필요한 재정 규모를 연 187조 원으로 추정하면서 이를 증세 없이 기존 복지제도 개편과 조세제도 개혁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존 제도의 개혁 역시 기득권의 반발로 인해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따라서 기본소득제를 최대 공약으로 내세운 이 지사는 선거에서 표를 잃을 가능성이 큰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하든지, 아니면 무책임한 대중 인기 영합적 정치인이라는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이에 대한 해법은 많은 장점이 있는 기본소득제 공약은 그대로 유지하되 구체적 실시 방안은 집권 후 대통령 직속 ‘기본소득제 추진위원회’를 전문가와 각계 대표로 구성해 마련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 활성화, 공정한 법 집행 등의 분야에서 정책 과제를 새롭게 발굴해 대선에서의 의제 선점 행보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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