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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MZ세대와 위험한 투자

■김경미 증권부 차장


같은 고향 출신으로 서울에서 10년 이상 살아온 친구 몇몇을 간만에 만났는데 어김없이 집값이 화두에 올랐다. 모두 내 집 마련에 실패했기에 너도나도 ‘벼락 거지’라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그러다 보니 어떤 공통점이 발견됐다. 우리 부모님들이 보유한 지방의 아파트는 최근 몇 년을 제외하고는 십수 년간 집값이 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아파트 투자도 실패할 수 있다고 믿은 우리는 ‘영끌’을 요구하는 부동산 투자를 주저했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엄청난 자산 폭등기에 동참하지 못했다.

투자의 경험, 특히 젊은 시절의 경험은 사람들의 투자 성향에 생각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생각은 연구로도 실증된 바 있다. 미국 경제학자 울리케 말멘디어와 스테판 나겔이 미국 소비자의 금융 실태를 50년에 걸쳐 조사했는데 주식시장이 강세일 때 성장기를 보낸 사람은 시장이 약세일 때 성장한 사람에 비해 인생 후반에 가서도 주식에 더 많이 투자했던 것이다. 또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성장한 사람은 인플레이션이 낮을 때 성장한 사람에 비해 채권 투자 비중이 더 낮았다고 한다. 즉 개별 투자자가 위험을 선호하는 정도는 결국 개인적 경험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금 자산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조금 우려스럽다. 도박에 가까운 위험천만한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인 시장에서는 상장폐지를 앞둔 암호화폐 가격이 치솟는 ‘상폐빔’이 유행이다. 물량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세력들이 상폐 직전 인위적으로 시세를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단기 차익을 노린 일부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들며 상폐빔이라는 기현상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주식시장도 비슷하다. 유력 대권 후보의 학연·지연으로 엮인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정치 테마주’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거론되는 주식이 급등하는 ‘밈(Meme) 주식’ 열풍이 수개월째 이어지는 중이다.

이런 ‘한탕주의’ 투자의 옳고 그름을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투자의 결말은 알다시피 ‘새드 엔딩’에 가깝다. 위험 투자를 선호하는 MZ세대들 사이에 “인생은 한강 물 아니면 한강 뷰”라는 말이 유행이라는데 한강 뷰를 실제로 손에 넣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다. 한번 투자가 성공했다고 앞으로 계속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비정상적인 자산 증식 경험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만나게 될 투자 기회에서도 잘못된 선택지를 고르게 할 확률만 높일 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개별 투자자의 위험 선호 경향은 개인적 경험에 좌우된다. 다만 한 사람이 겪는 돈의 경험은 생각보다 빈약하고 개인적 경험이 결코 ‘성투’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비이성적 과열 속에서 위험한 투자로 부를 축적해본 최근의 경험들이 MZ세대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지 않기만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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