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의 12층 아파트 붕괴 참사의 잔해 속에서 58년을 해로한 노부부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생전 누가 먼저 죽으면 어떻하냐고 농담을 주고받을만큼 각별한 애정을 나눴다는 사연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29일(현지시간) 미 CBS 마이애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구조 당국은 지난 24~25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 지역의 무너진 아파트 '챔플레인 타워' 잔햇더미에서 안토니오 로자노(82)와 아내 글래디스(80)의 시신을 수습했다.
노부부의 아들 세르히오는 두 사람이 사고현장서 발견 당시 함께 누워있었다는 사신을 전달받았다면서 다음 달 부모님의 결혼 59주년을 앞두고 장례식을 준비하게 됐다며 슬퍼했다.
아들 세르히오에 따르면 노부부는 12살 쿠바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이들은 미국으로 옮겨온 후 1960년 초 마이애미 비치에서 결혼해 두 자녀를 낳았다. 부부는 해변에 사는 것이 꿈이었다며 최근까지 이 아파트의 9층에서 살았다.
세르히오는 아파트가 무너지기 몇 시간 전에 그 곳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두 구획 건너편에 있는 '챔플레인 이스트'의 자택으로 돌아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해서 어머니를 안아주고 아버지와 인사한 뒤 나왔다"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밝혔다.
그는 "토네이도가 닥친 줄 알았다. 문을 열어 보고서는 아내에게 '건물이 없어졌다'고 외쳤다"면서 "아내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고, 나는 '우리 부모님이 계신 아파트가 없다'고 답했다"고 아파트가 붕괴됐을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자신의 집에서 부모님 집의 주방을 볼 수 있었다던 세르히오는 "어머니가 요리하거나 아버지가 앉아서 TV를 보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세르지오는 생전 두 사람이 서로가 먼저 죽으면 어떡하냐고 걱정 섞인 농담을 주고받았다면서 "아버지는 '계란프라이도 못 만든다. 당신이 죽으면 나도 죽을 것'이라고 말했고 어머니는 각종 요금을 내는 법을 모른다고 말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는 부모님께 '제가 해드리겠다'고 했지만 결국 두 분이 함께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는 “가족이 힘들어하고 있지만 두 사람이 마지막까지 함께였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다”며 "부모님은 정말 멋진 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미 당국에 따르면 이날 기준 확인된 사망자는 11명이다.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는 약 15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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