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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중국 공산당은 전근대 天子의 리뉴얼판인가

최수문 베이징특파원





중국 공산당은 전근대 ‘천자’ 제도의 리뉴얼판일까. 통치의 정당성을 보장할 근거가 희박하다는 이유에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근대 사회에서 중국 황제는 무지한 백성을 보살피라는 하늘의 명령인 ‘천명’을 받아 하늘의 아들이라는 ‘천자(天子)’로서 국가를 통치했다. 전근대 사회에서는 피지배자들이 “황제가 왜 천자인가. 왜 우리가 일방적인 통치를 받아야 하나”라고 따져 묻지 못했는 데 그 경우 가혹한 탄압을 받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른바 ‘대역죄’다. 힘 센 자가 전쟁에서 승리해 천자가 되고 권력은 후계자들에게 계속 이어졌다. 더 힘 센 자가 나왔을 때에서야 권력이 교체됐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난 1일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이 한 ‘연설’에서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일 외신들은 시진핑의 “중국을 압박하면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는 대외 강경 발언을 주로 보도했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이 결코 굴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시진핑의 이날 총 1시간5분 내외 발언에서 대외 부문은 달랑 5분에 불과했다. 그것도 중국이 인류운명공동체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잘 추진 중이라는 자랑이 대부분이었다. 중국은 다른 나라를 한 번도 억압한 적이 없다는 과시에 뒤이어 다른 나라가 중국을 억압하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발언이 뒤이었다.

시진핑의 이날 연설의 핵심은 중국 공산당의 장기집권을 정당화하는데 맞춰졌다. 즉 중국 내외로부터 공산당 정권이 ‘독재’라고 비판받는 데 대한 해명이다. 창당 100주년을 맞아 한번 더 확인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던 셈이다. 그는 공산당의 장기집권이 옳다는 주장으로 한 시간 가량을 채운 것이다. 일반적인 민주국가는 선거를 통해 국민이 통치의 정당성을 보장한다. 힌국의 문재인이나 미국의 조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또 더불어민주당이나 민주당이 집권당이 된 것은 선거를 통해 직접적이고 가시적으로 국민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렇지 않다. 사실상 중국 역사에서 민주 선거는 한 번도 없었고 당분간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굳이 역사적 사례를 거론한다면 신해혁명 직후인 1913년 제한적이나마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부패와 무능으로 실패했고 어이없이도 관변 학자들은 지금까지도 이를 중국에서 선거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는 증거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 현재 공산당의 집권 정당성은 뭔가. 시진핑이 이날 연설에서 든 공산당의 장기집권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바로 “역사와 인민이 중국 공산당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물론 ‘역사’와 관련해서는 근거가 없지는 않다. 공산당식 근대사관을 되풀이 하며 시진핑은 이날도 “지난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반식민지·반봉건 사회로 신음하고 있을 때 중국 공산당이 이를 끝내고 중국을 최종적으로 해방시켰다”고 주장했다.

공산당이 1949년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것이 ‘역사’가 공산당에 최초 집권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이는 앞서 왕조인 청나라 만주족이 명나라 한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중국의 지배자가 됐다는 정복논리와도 비슷하다.



그럼 이후 70여년 동안 그런 정당성이 어떻게 유지됐을까. 시진핑은 공산당이 중국을 가난에서 구했고 이만큼 발전시켰다고 주장하며 이를 중국인들의 동의했다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다. 그동안에도 중국은 장기 목표를 많이 세웠는데 이것이 집권을 정당화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시진핑은 이날 연설에서도 “우리들은 (올해) 중국에서 첫번째 100년 목표인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을 실현했다”고 단정하며 “두번째 100년 목표(2049년)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는 것이 중국몽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산당이 계속 더 집권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래도 반응이 미덥지 않았든지 시진핑은 연설에서 그동안 공산당이 이룬 업적과 앞으로 할 일들, 그리고 중국인들이 공산당 주위에 일치단결하자는 이야기를 한 시간 내내 외쳤다.

시진핑은 이날 연설에서 반대파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건설적이고 호의적인 비판은 환영하지만 가르치는 채 하는 설교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은 자신들이 선택한 길을 굳게 걸어갈 것”이라 일갈했다.

그럼 정말 중국 인민들이 이런 정책들을 승인하고 공산당 장기집권도 인정하고 있을까. 물론 확인된 바는 없다. 일반적인 선거와 여론조사는 중국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선전기구들은 최근 하루 종일 ‘인민들이 공산당을 칭송한다’는 방송과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당연히 정부와 다른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제시했을 때 오직 ‘찬성’만 있다. 선전기구들은 ‘반대’는 이미 사전에 토론을 통해 설득시켰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근거가 제시된 적은 없다. 덧붙여 해외의 언론이나 소셜미디어 등의 중국내 이용은 철저히 검열된다.

이날 시진핑의 연설에서 마지막 말이 압권이다. 그는 오른쪽 주먹을 굳게 쥐어 올리며 “위대하고 영광스럽고 정확한 중국 공산당 만세, 위대하고 영광스럽고 영웅적인 중국 인민 만세”라고 외쳤다. 중국 국민을 영웅화하면서 슬그머니 공산당의 정책이 ‘정확’하다고 끼워 넣었다. 민주국가의 보통 정치인들은 쉽게 언급하기 민망스러운 말이다.

이날 톈안먼 광장에 모인 7만여명 군중은 자신들을 ‘영웅’이라고 한데 환호를 질렀지만 공산당은 ‘중국인들이 공산당의 집권을 인정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앞으로도 영원히 이런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 시진핑의 희망이나 전망인 셈이다.

반면 중국 정치·사회 체제의 후퇴라고 여긴 국제사회와의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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