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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로비의 그림]화려한 색채 금속조각의 생동감...오가는 이들에 '화사한 인사'

■서울스퀘어

데이비드 걸스타인 '자전거 라이더' 연작

금속판 레이저로 자르고 겹쳐 입체감 살려

짧은 가로선 반복적으로 그어 속도감 물씬

줄리언 오피가 만든 미디어캔버스 '군중'

거울처럼 관객 비추는 아라드의 '책상과 구'

서울시민에 활력 불어 넣는 공공 디자인

서울역 건너편 옛 대우빌딩을 리모델링한 ‘서울스퀘어’는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라이더(Rider)’ 연작 등 미술 작품을 통해 건물 전체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옷을 평소와 달리 입으면 딴사람처럼 보이듯 로비의 그림만 새로 걸어도 건물 전체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서울역을 마주한 중구 한강대로의 ‘서울스퀘어’가 그 대표적 사례다. 1970년대 초 당시 이 자리는 원래 철도청 청사를 겸한 교통센터 예정지였으나 건설 현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공사가 중단됐고 이 부지를 대우건설이 사들였다. 1977년 당시 국내 최대 규모 오피스빌딩으로 완공된 ‘대우빌딩’은 한강의 기적을 이끈 대우그룹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았다. 대우그룹이 해체된 지 한참이 지났건만 여전히 ‘대우빌딩’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우건설과 함께 인수된 건물은 바로 이듬해 외국계 투자회사 모건스탠리에 재매각됐다. 지금은 NH투자증권이 건물 소유주이나 이곳의 미술 작품들은 모건스탠리가 대대적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2009년 ‘서울스퀘어’로 이름을 바꿔 공개할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지하철 서울역 8·9번 출구로 나와 서울스퀘어를 마주하면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금속 조각 작품들이 화사하게 인사를 건넨다.

서울스퀘어 진입로에 설치된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라이더(Rider)' 연작.


서울스퀘어 진입로에 설치된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라이더(Rider)' 연작.


일찍이 ‘따릉이 시대’를 예견한 자전거 탄 사람들이다. 기타를 멘 청년, 어린아이를 앞자리에 태우고 날아오른 비둘기를 바라보는 젊은 아빠가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내달린다. 사다리와 그 위에 내려앉은 새들까지 태우고 달리는 젊은이가 있는가 하면 머리를 질끈 묶고 배낭을 멘 여성의 손에는 방금 선물받은 것인지, 곧 선물할 것인지 모를 한 아름 꽃다발이 들려 있다. 자전거 앞 바구니에 불독 한 마리를 앉히고 여유롭게 자전거 산책 중인 사내의 뒤로는 속도를 만끽하며 달려오는 사이클링맨이 이내 추월할 기세다. 금속 조각을 이용한 팝아트로 유명한 이스라엘 태생의 작가 걸스타인은 짧은 가로선을 반복적으로 그어 라이더(rider)의 윤곽선을 날려버리듯 지우는 방식으로 자전거의 쾌속 질주를 표현했다. 그는 사람·새·나비를 비롯해 꽃·나무 등의 정물을 알루미늄 등 금속판에 그려 오려내는 컷아웃(cut-out) 기법으로 작업한다. 금속 재료를 이용해 단단하게 제작하기만 한 것이라면 재미없다. 호쾌한 드로잉을 컴퓨터에 입력한 후 레이저를 가위처럼 이용해 종이 다루듯 강철을 잘라낸다. 이렇게 만든 금속판을 서너 개씩 여러 겹 사용해 공간감과 입체감을 조성하고 그 위에 작가가 직접 붓질을 더해 화려한 색채감을 완성한다. 일상적 소재에서 발견한 소소한 풍경이지만 걸스타인의 작품이 매번 새로운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이유는 바로 그 힘찬 필치와 상상을 초월한 색감에 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전거 라이더는 빨강과 노랑의 웃옷이 땀 흘리는 열정을, 파랑과 초록의 자전거가 지칠 줄 모르는 의지를 보여준다. 자전거 한 대에 몸을 맞댄 커플, 파닥이는 나비들과 함께 여신 같은 신비한 황홀경을 뿜어내는 여성 등에는 보라에 가까운 푸른색을 사용했다. 마치 마르크 샤갈의 초현실주의 그림 같은 몽환적 환상성이 일상에 활력을 더해준다.

서울스퀘어 지하1층 로비에 설치된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 전시 전경.


서울스퀘어 지하1층 로비에 설치된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 전시 전경.


이들 ‘라이더’ 연작을 지나 서울스퀘어 입구 쪽으로 향하면 나무 데크 아래쪽에 또 다른 걸스타인의 작품 ‘플로라와 파우나(Flora and Fauna)’를 만날 수 있다. 가지가 무성한 새하얀 나무에 형형색색의 나비들이 꽃잎처럼 매달려 있다. 나비 중 몇 마리는 건물 벽에도 붙었다. 도심 한복판에서도 제 색 잃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의 귀함과 다양성의 공존을 속삭이는 작품이다.

걸스타인의 작품은 식당가 등 상업 시설이 입점한 지하 1층 로비에서 또 한번 방문객을 놀라게 한다. 기다란 로비의 한쪽 벽면 전체를 걸스타인 특유의 인물상이 가득 채우고 있다. 서류 가방을 든 남자, 시계를 보며 바쁘게 뛰어가는 직장인, 팔짱을 낀 남녀와 대화하는 사람들은 바로 지금 이곳을 스쳐 지나는 우리들의 모습 그 자체다. 작품은 서울스퀘어 방문객뿐 아니라 서울역에서 남대문·퇴계로 등지를 오가는 시민들에게도 열려 있어 빠듯한 일상 속에서도 경쾌함을 잃지 말기를 당부한다.



건물 진입로에서 느껴지는 화사한 색감의 작품들과 달리 정문 로비에서 만나는 작품은 색 없는 빛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정문 바로 앞 벽을 따라 안내 데스크와 둥근 구형의 은빛 작품이 설치돼 있다.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론 아라드가 ‘책상과 구(The Desk and Sphere)’라는 제목으로 만든 작품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 피터 쿡 등과 함께 일했던 화려한 경력의 그가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것 같은’ 형상의 은빛 구를 설치했다. 멀리서도 바라보는 관객의 모습을 비추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스테인리스 스틸의 금속 표면이 거울 효과를 내 로비의 층고가 다소 낮은 편인데도 확 트인 것 같은 착시 효과를 주기도 한다.

로비 끝 엘리베이터 통로 끝 벽은 사진 거장 배병우의 대표작인 경주 신라 왕릉의 소나무가 높다랗게 전체를 채우고 있다. 이들 미술품이 설치되던 2009년 당시 가나아트갤러리 이사로 실무를 맡았던 김미라 아이안 뉴미디어연구소장은 “로비 끝 엘리베이터 통로에 놓일 작품으로 배병우의 ‘소나무’를 택할 때의 콘셉트는 엘리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을 힐링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 것”이라며 “엘리베이터는 각자가 집을 나서서 업무 공간으로 향하는 통로인 동시에 일을 끝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서 거치는 공간이기도 하기에 그곳에 ‘숲’의 개념을 연동시켜 기분 좋은 출퇴근길이 되게 구상했고 벽 높이에 맞춰 독일에서 제작해왔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소나무는 한결같은 자세로 도시인의 일상을 관조하고 감싸고 있다.

서울스퀘어 정문 앞 로비에 설치된 세계적 디자이더 론 아라드의 '책상과 구' 전경.


한편 서울스퀘어는 건물 안에 품고 있는 작품 외에도 건물 외벽에 미디어 아트를 투사해 보여주는 ‘미디어 캔버스’로 유명하다. 2009년 리모델링 당시 모건스탠리 측은 건물 외형까지 싹 바꿔볼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나 실현이 어려워 포기한 대신 지상 4층부터 23층까지 20개 층 건물의 외벽 전면에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을 이어 붙였다. 이 작업을 위해 기존 건물과 똑같은 주황빛의 새 타일을 주문 제작해 붙이면서 타일 안쪽에 구멍을 내 약 4만 2,000개의 LED를 설치한 것. 가로 약 100m, 세로 78m의 미디어 캔버스가 만들어졌다. 지금도 저녁 시간에 서울역 앞 한강대로를 지나면서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 아트 작품을 두고 “어디서 영상을 쏘는 것이냐”고 묻는 이들이 있지만 실제는 텔레비전처럼 건물 자체가 빛을 내는 방식이다.

이 미디어 캔버스를 통해 첫선을 보인 작품은 영국 태생의 세계적 미술가 줄리언 오피의 ‘군중(Crowd)’. 인물을 간략하게 단순화해 검고 굵은 윤곽선이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오피의 작업이 초대형 미디어 작업으로 적격이었다. 김 소장은 “당시 런던의 작가에게 직접 찾아가 작품이 설치될 공간의 입지와 의도를 설명하며 ‘세상에서 제일 큰 캔버스의 첫 작품으로 당신 작업을 올려보자’고 제안했다”면서 “작품을 구상하며 서울에 온 오피가 서울역부터 설치될 건물까지 돌아보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봤고 활기차고 경쾌하게, 그럼에도 각자의 속도를 갖고 움직이는 시민들의 이미지를 작품으로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오피는 작품을 공개하며 “걷는 사람들은 개개인이지만 서로 연결돼 있다. 그들에게는 목적과 방향이 있다. 이 작품은 이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현상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한국인 미디어 아티스트 양만기가 르네 마그리트의 대표적 이미지인 ‘우산을 쓴 사람’과 남산을 중심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서울의 모습을 겹쳐 만든 영상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물론 지금도, 오늘 밤에도 만날 수 있는 열린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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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글·사진=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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