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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먼·왕이 협상 다음날 깜짝발표···北, 다시 대화테이블 나오나

[남북 연락선 413일만에 복원]

北 식량난에 관계개선 필요성 커져

美 대북정책 선회 가능성도 영향

文 종전선언 재추진 속도낼 듯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27일 남북 통신연락선이 전격 복원된 배경에는 지난 4월부터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친서 외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친서 교환은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을 계기로 시작돼 5월 한미정상회담 성사, 이달 한일정상회담 논의에도 주요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발표는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미중 고위급 회담을 가진 바로 다음 날 이뤄져 주목된다.

이날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은 무엇보다 한국의 ‘유엔군 참전의 날’이자 북한의 ‘전승절’인 정전협정 68주년에 맞춰 발표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문 대통령이 미국 참전 용사인 고(故) 에밀 조세프 카폰 군종 신부와 호주 참전 용사인 콜린 니콜라스 칸 장군에게 훈장을 수여한 지 고작 1시간여 만에 남북 동시 공표가 이뤄지면서 남북이 시점을 사전에 조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위원장 역시 이날 발표에 앞서 6·25전쟁 전사자 묘역을 참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락선 복원 시점에 대한 특별한 고려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은 친서를 통해 코로나로 남북 모두 고통받는 상황에서 하루속히 이를 극복하자고 서로 위로와 걱정을 나눴다”며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북측의 사과나 입장은 앞으로 협의해나갈 문제”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한 걸음 다시 나온 것을 두고 국제 재제에 코로나19, 폭염·가뭄까지 겹치면서 문 대통령을 지렛대로 북미 관계 개선에 나설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만 해도 김 위원장은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뒤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식량난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도 “지금 온 겨레는 좌절과 침체 상태에 있는 북남(남북)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대외적 환경이 변한 것도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제재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를 거의 완료한 데 이어 늦여름께 최종 완성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보도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전면적인 압박 작전을 중단하고 부수적인 경제적 피해를 방지하며 일방적이 아니라 동맹과 공동으로 행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결국 미국 행정부가 경제적 제재가 새로운 외교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만큼 동맹 협력을 통해 설득 외교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남북 역시 이 같은 정세를 감안해 발표 시기를 미중 고위급 회담 직후로 잡아 두 강대국에 대화 신호를 보낸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번 연락선 재개를 계기로 오는 8월 한미연합훈련 조정,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대화 재개, 종전 선언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남북정상회담의 계기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북미 실무 협상을 주선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 관계 개선이 북미 대화 재개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국은 8월 한미연합훈련 (축소·취소) 여부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반면 연락선 재개가 실제 대화 재개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게 나왔다.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국제적 지지가 거의 없는 데다 한반도 문제의 두 축인 미국·중국이 역사상 최악의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외려 문 대통령의 임기가 고작 8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이 한국 대선과 한미일 안보 공조의 틈을 흔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한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한미일 간 협력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대화를 원한다면 직접 미국과 접촉하면 되기 때문에 대화를 노렸을 가능성은 낮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북 정상이 대면 접촉과 화상 정상회담을 모두 협의한 적 없다”며 “미국과는 필요시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고 있다. 통신연락선 복원과 한미 연합훈련은 무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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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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