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정도 폭발적인 경기가 나와야 한다.” 올림픽 여자골프 2연패에 도전하는 박인비(33)가 첫날 경기를 마친 뒤 이렇게 진단했다. 박인비는 4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CC(파71)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골프 여자부 경기 1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를 쳤다. 단독 선두로 나선 마들렌 삭스트롬(5언더파)에 3타 차 공동 7위다.
박인비는 이날 초반 스퍼트는 좋았지만 이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6번 홀까지 버디만 3개를 골라낸 박인빈는 이후 타수를 줄이지 못하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다. 더위가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박인비는 “날씨가 이 정도로 더운 줄 몰랐다. 후반 몇 홀은 어떻게 친 줄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후반에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박인비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선 하루 정도 폭발적인 경기가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나머지 한국 선수들도 순조롭게 출발했다. 세계 랭킹 2위 고진영(26)은 버디 6개,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공동 4위에 올랐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고진영은 전반에는 태극 마크에 대한 심리적 부담 탓인지 평소의 날카로운 아이언 샷을 선보이지 못했지만 막판 뒷심을 발휘했다. 12번 홀까지 1오버파를 치다 이후 버디만 4개를 골라냈다.
고진영은 “전반에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아쉬움이 있었다. 후반에 죽었다 깨어나도 언더파를 친다는 각오로 쳤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 첫 라운드라는 부담이 생각보다 컸지만 국가를 대표해서 나온 만큼 태극기를 가장 높은 곳에 꽂겠다는 각오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박인비와 함께 올림픽에 2회 연속 출전한 김세영(28)은 2언더파, 김효주(26)는 1언더파를 기록했다.
삭스트롬이 5언더파로 깜짝 선두로 나선 가운데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가 4언더파 공동 2위에 오르며 한국 선수들의 메달 레이스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6승을 기록 중인 코르다는 그 중 절반인 3승을 올해 거뒀을 만큼 최근 기량이 만개해 있다.
세계 5위 대니엘 강(미국)이 2언더파, 홈코스의 이점을 안고 있는 하타오카 나사(일본)가 1언더파, 호주 대표로 출전한 이민지는 이븐파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빅 네임'들이 순조롭게 출발해 남은 라운드 치열한 메달 경쟁을 예고했다.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 중 첫날 언더파를 치지 못한 선수는 랭킹 7위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10위 유카 사소(필리핀) 두 명 뿐이었다. 둘 다 3오버파를 쳐 60명 중 공동 47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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