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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길냥이·유기견 공존하면 사회 품격도 높아지죠"

길고양이보호협회 정호진 회장·이혜승 매니저

위기동물 학대 장면 충격…3년 전부터 돌봄

지자체에 급식소 제안·중성화 수술 협조도

위기동물 입양시 힐링…유기견은 해외 입양

개 식용문화로 서구사회에서 국격훼손 우려

"'위기동물은 공존 대상' 인식 자리잡을 때

우리 사회 인권·사회 복지도 함께 좋아져"

정호진(오른쪽) 길고양이보호협회장과 이혜승 매니저가 지난 5월 21마리의 유기견을 구조한 뒤 그중 한 마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길고양이보호협회




“코로나19 사태도 사실 자연환경 파괴라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됐잖아요. 세계적으로 동물복지가 확산되고 있는데, 사람들이 자연과 동물과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길고양이(길냥이) 등 위기동물 보호·입양 활동을 벌이는 길고양이보호협회 정호진(58) 회장과 이혜승(38) 매니저는 5일 서울 광화문 서울경제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웃돌지만 여전히 길냥이와 유기견에 대한 편견이 적잖아 안타깝다”며 이같이 밝혔다. 두 사람은 3년 전부터 경기도 군포에서 길냥이 급식소와 겨울집 설치, 구조·치료 활동에 이어 올들어 끔찍하게 고통받는 유기견들을 구조해 해외 입양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위기동물에 대한 학대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아 협회를 만들고 지방자치단체에 길냥이 급식소를 제안하는 등 동물보호 활동을 하게 됐다. 현재 회비를 내는 회원은 300여명으로, 길냥이와 유기견을 돌보느라 적잖게 빚을 진 경우도 있다.



대학 겸임교수인 정 회장은 “위기동물을 배려하다보면 사람 사이에도 자연스레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며 “위기동물 등을 입양하면 일반인은 물론 치매 어르신이나 자폐아동에게 힐링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공인회계사인 이 매니저는 “강호순·유영철 등 연쇄살인범들이 살인에 앞서 개들을 죽인 사실이 있었고, 미국에서는 사이코패스 테스트에서 동물학대 유무를 본다”며 “동물이 공존 대상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자리잡을 때 인권과 사회복지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호주 등의 경우 과거 길냥이를 혐오해 살처분 하기도 했으나 지구 온난화 등으로 쥐가 늘어나며 이를 퇴치하는 길냥이와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도 지자체가 나서 캣맘을 고용하고, 일본은 시민단체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길냥이 급식소를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길냥이나 유기견을 입양한 뒤 파양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봉사활동을 하는 ‘캣맘’에게도 혐오감을 보이이는 경우도 있다는 게 두 사람의 하소연이다.

길고양이보호협회 회원들이 지난 5월 유기견 21마리를 구조하고 있다.




두 사람은 “우리가 경제발전은 물론 한류 등 문화 선진국으로 도약했는데 위기동물을 방치하고 학대하는 것은 그만큼 사회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지자체들이 길냥이의 번식을 막고 공존하기 위한 중성화 사업(TNR)을 벌이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길냥이 중성화 수술과정에서도 동물병원에서 부실 수술과 수술비 이중청구 등이 이뤄지는 등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협회는 그동안 총 수 천여마리의 길냥이에 대한 보호활동을 펼쳐온데 이어 지난 5월 군포시 대야미 공공주택 토지개발 과정에서 버려진 21마리의 개를 구조해 치료하고 있다. 이 매니저는 “유기견들이 발견 당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피부병 등에 시달린 것은 물론 심지어 변까지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군포시와 독드림동물단체와 일부 협조해 구조했는데 앞으로 해외 입양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로 유기견을 입양하면 식용으로 팔리는 경우도 적잖아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사비를 들여 해외로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길고양이구조협회 회원들이 21마리의 유기견을 구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연간 100만마리 이상의 개들이 열악하기 그지 없는 사육환경에서 키워져 도살되고 있다. 최근에는 택지개발지구나 재개발지역에서 보상을 받기 위해 개들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며 “불법과 비윤리로 점철된 개 사육·유통·식용을 중단하기 위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미국에서 만든 ‘누렁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유튜브에서 회자되며 우리의 개 식용 산업의 민낯을 보여줬는데, 이런 것이 한류로 높아진 국격을 훼손하는 요소라는 게 이들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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