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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과 AI]① ‘꿀잠’도 인공지능(AI)시대…수면장애 치료, 새 패러다임 열린다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우리는 일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냅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을 수면 상태로 지내고 있죠. 그렇기에 깨어 있는 시간 못지않게 잠자는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 있다 보면 의외로 그렇지 못한 분들이 많다는 걸 매번 느낍니다. 밤새 잠이 오지 않는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불면증 환자들은 물론, 배우자나 본인도 자각하지 못한 채 수면 도중 갑자기 호흡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들도 상당수입니다.

수면이 원활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면장애는 만성 피로, 비만, 심혈관 질환, 면역체계 이상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며 때론 자살 충동까지 불러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허투루 넘기면 절대 안 되는 질병이죠.

수면장애라고 하면 흔히 불면증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많은 증상이 이에 해당합니다. 빈도순으로 살펴보면 5가지를 들 수 있는데요. 불면증이 가장 흔하고 그다음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잠들기 전 다리에 이상 감각을 느끼고 다리를 움직이게 되는 하지불안증후군, 꿈을 꾸면서 꿈속의 행동을 하게 되는 렘수면운동장애, 낮에 많이 졸리고 웃거나 화가 날 때 탈력 발작이 오는 기면증 순으로 분류해볼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 제공=에이슬립


국내엔 이 모든 증상을 동시에 진료할 수 있는 수면센터가 아직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증상에 따라 환자들이 찾는 병원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불면증은 우울증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정신의학과를 주로 찾는다든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이비인후과, 하지불안증은 신경과로 간다든지 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모든 질병이 그렇듯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원인 또한 복합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외과적 수술과 내과적 치료가 병행되어야 할 때도 있어 섣불리 특정 진료과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죠.

수면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원인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수면클리닉에서 진행하는 ‘수면다원검사’가 대표적 방법입니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분, 오랜 불면증 치료에도 차도가 없는 분은 이 검사를 반드시 진행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방법을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면다원검사를 받으면 수면하는 동안의 뇌파와 안전도, 심전도, 호흡패턴 등 수면장애 진단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죠. 무엇보다도 수면 상태에서 진행되는 검사인 만큼 8시간의 잠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검사 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몸에 각종 감지기를 붙이는 데만도 한 시간은 걸리죠. 비용도 비싼 편입니다. 다행히 2018년부터 보험적용이 되어 환자부담이 훨씬 줄었지만, 그럼에도 한 번 검사를 받는 데 17만 원 정도가 듭니다.

일러스트 제공=에이슬립


검사 과정에서 생기는 이 같은 비효율적인 측면은 분명 개선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환자가 집에서도 수면장애를 자가 측정할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이 있다면 검사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죠. 이를 위해 현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내 유수의 수면기술 스타트업과 함께 환자의 몸에서 나오는 신호를 와이파이(WIFI)를 통해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공동연구하고 있죠. 이 기술이 의료 현장에서 활용된다면 환자분들은 더 이상 밤중에 수면클리닉을 찾아가지 않아도 됩니다. 익숙한 원래의 잠자리에서, 수면 기사의 도움 없이 검사를 진행할 수 있죠. 또 와이파이를 이용하기에 각종 장비를 몸에 부착할 필요도 없고 검사 비용도 아낄 수 있습니다.

물론 AI가 의료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적절하게만 활용된다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환자들의 편의는 물론 의사들도 진료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더 많은 수면장애 환자들을 돌볼 수 있습니다. AI 기술은 수면장애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수면장애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체중 관리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든지, 옆으로 자는 자세가 도움되는 수면장애 환자들을 위해 수면 자세에 따라 신호를 보낼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죠.

다만 그러한 기술을 활용할 땐 반드시 의학적인 검증을 거쳤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례로 시중의 스마트 워치나 밴드가 제공하는 생체 리듬 측정 정보는 수면장애 진단에 참고하기엔 부정확합니다. 수면다원검사와의 일치도 연구가 선행되지 않은 기기들이기 때문이죠. 양질의 수면을 확보하기 위해선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걸 늘 명심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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