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한 데 반발해 대선 출마 포기와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의원의 사퇴를 만류하며 권익위의 조사를 비판했다.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윤 의원은 “염치와 상식의 정치를 주장해온 제가 신의를 지키고 자식 된 도리를 다하는 길”이라며 의원직 사퇴 의지를 밝혔다. 전날 국민의힘은 권익위가 발표한 부동산 의혹 의원 12명 중 윤 의원을 포함한 6명은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았다. 나머지 6명 가운데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은 제명, 5명은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윤 의원은 본인 가족의 의혹이 정권 교체에 걸림돌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며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라며 “최전선에서 싸워온 제가 정권 교체의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권익위를 향해 ‘끼워 맞추기 조사’ ‘우스꽝스러운 조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독립 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돼가는 친정아버지를 엮는 무리수가 야당 의원의 평판을 흠집내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의원의 사퇴를 만류하면서 권익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기자회견장을 찾아 “윤희숙이라는 가장 잘 벼린 칼은 국회에 있었을 때 가장 쓰임새가 있다”며 눈물을 내비쳤다. 또 권익위를 향해 “의원 개인이 소유관계나 행위의 주체가 되지 않음에도 연좌의 형태로 의혹 제기를 했다”며 “참 야만적”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권익위가) 정말 터무니없는 결정을 했다”며 “이렇게 얼토당토않은 결정을 하는 권익위야말로 심판의 대상”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실제로 조사도 순 엉터리로 했다. 이렇게 엉터리로 하는 조사가 어디 있느냐”며 “(결과를 통보받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공세를 퍼부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임차인이라고 큰소리치던 윤희숙은 어디로 가고 경자유전 원칙을 어긴 탐욕스러운 집안의 딸만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권익위 조사에서 부동산 의혹이 불거진 의원 12명 중 비례대표 의원 2명만 제명해 나머지는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10명 중 5명은 탈당계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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