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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백신수송 작전 군인들 숙소는커녕 ‘샤워실 쪽잠’

2~3평 라커룸서 10명 생활하며

2교대로 주당 최소 84시간 근무

지휘부는 격려 대신 "휴가없다" 엄포

군 병력과 경찰이 지난달 23일 백신 수송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을 빠져나가고 있다./인천=연합뉴스




추석 전 1차 접종률 70%를 목표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백신 수송을 맡은 군 병력의 열악한 처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백신 창고 경계와 백신 입출고 등을 담당하는 병력이 일반 사병의 두 배가 넘는 고강도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샤워실에 딸린 라커 룸에서 쪽잠을 청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군은 경기 이천과 평택 등지에서 운영되는 백신 창고 인근의 경계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질병관리청 접종 계획에 따라 백신을 입출고하는 업무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제공되는 숙식 환경과 업무 여건은 지나치게 열악한 수준이다. 이천시 소재 백신 창고에 파견된 인근 부대 병력의 경우 간부 4명과 장병 6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주·야간 2개 조로 나뉘어 오전·오후 8시를 기준으로 근무를 교대한다. 하루 12시간씩 주당 최소 84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이는 주당 평균 40시간을 일하는 일반 부대 장병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백신 입고가 예정된 날이면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는 주간 근무조의 경우 하루 실제 근무 시간은 15시간에 달한다. 야간조 역시 휴식 시간에 백신 입고가 겹치면 업무에 불려 나가기 일쑤다. 이들은 2주간의 파견 근무를 마치면 원 소속 부대로 복귀한 뒤 2주간 예방적 격리 기간이 끝나자마자 다시 파견 나가는 일을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숙식 환경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식 숙소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은 샤워실에 딸린 라커 룸에서 생활해 왔다. 불과 2~3평 남짓한 공간에 10명의 관물대와 잠자리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이마저도 샤워실에서 돌아가는 세탁기 소음 탓에 숙면을 취하는 것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식비 지원도 부족해 끼니마다 1,000원을 사비로 지불했던 것도 최근에야 개선됐다.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육군은 시간 외 근무 수당을 상향 조정하고 이날부터 교대 근무 방식을 바꿨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사들은 일부 지휘관들의 왜곡된 시선이 사기를 떨어뜨린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한 병사는 “일 근무시간이 15시간에 육박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졸음이 쏟아질 때는 일부러 서로 말도 걸고 농담도 건네게 된다”며 “하지만 이런 모습을 기강 해이로 받아들인 지휘부가 위로 휴가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놔서 사기가 떨어진다”며 전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파견 병력에 대한 처우는 백신 품질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집단면역 달성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위해서라도 중책에 맞는 개개인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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