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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내년 대선·지방선거 앞두고 ‘짝퉁 GTX’ 희망고문은 계속된다

◆GTX(광역급행철도)의 정치경제학

文정부, ‘2025년까지 개통’ 애드벌룬 띄워 속도전

고무줄 노선, 정차역 추가…“급행 아닌 완행” 논란

원칙 흔들리자 강원·충남도 노선 유치전 뛰어들어

‘김부선’ 쇼크에 대권잠룡들도 허겁지겁 ‘GTX정치’

김상호(왼쪽부터) 경기 하남시장, 이정훈 서울 강동구청장, 장덕천 경기 부천시장, 정하영 경기 김포시장이 지난 5월 20일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GTX-D 노선의 원안 사수를 촉구하고 있다. 이 단체장들은 모두 여당 소속이다. /부천=연합뉴스




‘GTX-D 노선 서울 직결 없이 대선은 없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김포시 아파트. /연합뉴스


지난 2019년 6월 착공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북단인 일산(킨텍스)~파주(운정) 6.7㎞ 구간은 ‘윤후덕’ 구간으로 불린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파주 갑)이 GTX를 파주까지 끌어들이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원래 A 노선 북쪽 종점은 일산이었다. 그는 야당 시절인 2014년 광역 철도 개념을 바꾸면서 GTX 파주 유치의 첫 단추를 끼웠다. 당시 대도시권광역교통관리법상 광역 철도의 거리 기준은 ‘전체 구간 50㎞ 이내’였다. A 노선 신설 구간인 일산~수서 간 거리가 46㎞로 파주 연장은 법령을 바꾸지 않는 한 불가능했다. 국토교통부는 그의 줄기찬 요구에 2014년 광역 철도 거리 기준(시행령)을 ‘도심 기준 반경 40㎞ 이내’로 바꿨다. A 노선 북쪽 종점이 일산에서 파주로 연장된 것은 현 정부 들어서다. 파주 연장은 GTX 노선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사례들의 서막에 불과했다.



GTX는 지하 40m 이상 대심도(大深度)에 철도를 뚫어 주요 거점을 직선으로 연결해 표정속도(정차 시간을 포함한 평균속도) 시속 100㎞(최고 속도 시속 200㎞)로 운영하는 신개념 급행 광역 철도망을 일컫는다. 2009년 당시 김문수 경기지사가 처음 도입한 것으로 2011년 제2차(2011~2020년) 국가 철도망 계획에 반영됐다. ‘서울 30분 내 출퇴근’ 구상은 그가 2010년 지사 재선에 성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경제성이 발목을 잡았다. GTX 구축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2014년 3개 노선의 예비 타당성 조사에 나섰으나 A 노선(경부축)을 뺀 나머지 B(경인축)·C(남북축) 노선이 경제성 미달로 예타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대선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



GTX 추진이 본격화한 것은 현 정부 들어서다. 문제는 과속과 졸속이었다. 이 과정에서 노선 연장의 변칙이 동원됐다. 기존 국철과 도시 철도(지하철) 선로를 함께 사용하면 수요가 늘어나 경제성이 보강되기 때문이다. B 노선은 원래 송도~청량리 48.7㎞였지만 동쪽으로 청량리~마석 구간(34㎞)이 추가됐다. C 노선은 의정부와 안양(금정)을 잇는 45.8㎞ 원안이 남쪽으로는 수원, 북쪽으로 양주까지 엿가락처럼 늘어났다. 이런 편법으로 B·C 노선은 각각 2019년과 2018년에 예타 문턱을 넘었다.

공용 노선 활용에는 문제가 없을까.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GTX 2라운드의 과제와 해법’ 보고서(2019년)는 “GTX 선로 공용은 이용자 편의가 아니라 예타 통과를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며 “선로 공용은 GTX 속도뿐 아니라 다른 열차 속도도 떨어뜨려 모든 철도 이용객의 불편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장래 GTX 수요 증가를 감안해 충분한 선로 용량 확보가 필요하다”며 “선로 용량 부족으로 필요한 증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GTX는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8년 12월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GTX-A 노선 기공식. 실제 착공은 이듬해 6월 이뤄졌다. /일산=연합뉴스




게다가 추가 정차역 신설까지 겹쳐 GTX는 완행 철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정부는 3기 신도시 건설로 창릉역(A 노선)과 의왕역(C 노선) 신설을 공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자 사업자가 제안한 인덕원과 왕십리에 추가 역사(C 노선) 신설을 허용할 가능성도 높다. 국철·지하철과 노선을 일부 공유하는 C 노선의 표정속도가 기본 계획상 시속 80㎞로 떨어졌는데도 정차역 추가 방침이 알려지자 일산과 수원 시민들은 “GTX가 마을버스인가”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전용선이 아닌 공용 구간에는 GTX의 속도를 유지하도록 대피 선로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지 않고 정차역을 추가하고 노선만 연장하면 짝퉁 GTX”라고 꼬집었다. 정차역 한 곳이 늘어나면 정차 시간(1분 30초)을 포함해 4분쯤 늦어진다.

GTX 난맥은 201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안산선(금정~오이도) 급행열차 시승식에 참가해 돌연 ‘GTX 3개 노선 2025년 개통’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2018년 6월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GTX 애드벌룬 띄우기였다. 당시 국토부 발표 자료를 보면 A 노선은 2018년 착공해 오는 2023년 개통, B 노선과 C 노선은 각각 2020년과 2019년 착공해 2025년, 2024년 개통이라고 명시돼 있다. 현시점에서 보면 지독한 희망 고문이 아닐 수 없다. A 노선을 제외한 2개 노선은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다. 김현미표 GTX 구상은 며칠 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 과제 중 31번째 과제로 선정됐다.

‘GTX 3개 노선을 2025년까지 개통한다’는 국토교통부의 2017년 7월 7일 보도자료 2쪽.


정부가 고무줄 노선 연장 선례를 남기자 GTX 노선에서 소외된 경기권 지방자치단체들이 가만히 있을 턱이 없다. 지자체마다 ‘우리 동네도 GTX를 연결해달라’는 유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C 노선(양주~수원)에는 남쪽과 북쪽 두 방향에서 연장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화성·오산·평택시는 손을 잡고 C 노선의 평택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충남 천안까지 가세했다. 북쪽으로는 동두천이 연장 요구 대열에 합류했다. 동두천과 평택에 주둔한 미8군도 C 노선 연장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노선은 지선 연결 추진 움직임이 보인다. A 노선 수서역에 접속부를 만들어 동쪽으로 광주~이천~여주~원주까지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올 4월 ‘김부선(김포~부천선)’ 쇼크는 GTX의 정치적 휘발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 있다. D 노선이 서울 강남 관통을 기대하던 지역 주민의 요구와 달리 반쪽짜리 ‘김부선’으로 가닥이 잡히자 인천·김포 민심이 들끓었다. 항의성 문자 폭탄이 지역구 의원에게 쏟아졌고 ‘18원’ 정치 후원금을 내자는 캠페인도 벌어졌다. 지역 민심 이반이 심상찮다고 판단한 여권 지도부, 대선 주자들이 너나 할 것이 ‘GTX 정치’에 뛰어들었다. 인천시장을 지낸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D 노선이 ‘김부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재검토를 요구했고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원안’ 사수를 촉구했다.

지난 4월 경기도 동탄 신도시에 전시된 실물 크기의 GTX 열차 모형./연합뉴스


압권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였다. 그는 5월 17일 ‘지옥철’로 악명이 높은 김포 골드라인 시승 체험(일명 ‘너도 함 타봐라’ 챌린지) 도중 노형욱 국토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국가 철도망 계획은 시간이 걸리는 것인데 그걸 인색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 (이대로는) 감당을 못 할 거다. (GTX를) 쉽게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정부는 제4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 최종안에서 D 노선을 기존 B(송도~마석) 노선과 접속하는 ‘편법’으로 서울과 연결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Y자’ 접속을 만들어 여의도를 거쳐 용산까지 연결하는 방안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김포와 부천을 연결하는 단거리 노선에 굳이 비용이 비싼 GTX를 깔 이유가 없다”면서 “Y자로 접속하면 김포와 송도에서 출발하는 열차 배차 간격이 두 배로 늘어나 B·D 노선 모두 공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가 띄운 GTX 희망 고문은 올해로 10년째 계속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국토부는 지금도 A 노선을 2023년에 개통한다지만 전문가들은 “어림도 없다”고 지적한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철도경영정책학과 교수는 “철도 차량 인도 시점이 2024년인 데다 A·C 노선이 교차하는 삼성역은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으로 2024년 개통조차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GTX 유치전은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점차 파괴력을 키울 것이다. 수서~광주 연결은 이재명 지사가 연초 업무 보고에서 검토 지시를 한 사안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국토부는 타당성 용역이 끝나는 연말 또는 내년 초에 광역 철도 거리 기준을 또다시 늘릴 계획이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이어서 노선 연장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짝퉁 GTX와 수도권 과밀화 논란에다 부동산 화약고에 불을 붙이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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