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분석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때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창 밖으로 던진 정황 등을 고려하면 범죄 증거 다수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큰 만큼 포렌식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12일 경기남부경찰청 전담 수사팀은 지난 7일 확보한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과 휴대전화를 습득한 시민 A 씨를 불러 증거물 봉인 해제 절차를 진행했다. 경찰은 변호인에게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가 맞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A 씨가 휴대전화를 습득한 경위,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 등을 조사했다. A 씨는 “길을 걷다가 휴대전화가 보여 주운 것으로 주인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며 유 전 본부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휴대전화 봉인 해제 절차를 마무리한 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 포렌식센터에 보내 본격적인 포렌식에 착수할 예정이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기 직전 창 밖으로 본인의 휴대전화를 던졌다. 이 휴대전화는 압수수색 2주 전인 9월 중순 새로 개통했으며 아이폰 기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건물 뒤편으로 한 물체가 낙하하는 것을 포착했다. 한 시민이 휴대전화를 습득하는 장면까지 확인하고 추적 끝에 확보했다.
유 전 본부장이 창 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를 두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지던 시점에 새로운 휴대전화를 마련한 점이 석연치 않다.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창 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졌다는 점도 핵심 증거가 담겨 있다는 방증이라는 의구심도 나온다.
경찰은 대장동 의혹을 규명할 핵심 단서가 휴대전화에 다수 들어 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는 핵심 관계자들이 대책 회의를 하며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하려고 한 정황이 들어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포렌식 작업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우선 이 휴대전화는 보안이 강한 아이폰 기종이라 유 전 본부장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잠금 해제부터가 난관이다. 또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던진 곳은 오피스텔 9층 높이다. 바닥에 떨어졌을 때 충격으로 휴대전화가 일부 파손됐을 우려도 있다.
포렌식 작업을 마쳐도 핵심 증거가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2주 전 새로 개통한 휴대전화라 이전 통화 목록 등 증거들은 포함돼 있지 않을 수 있다. 유 전 본부장이 검경 수사를 방해하고 혼선을 줄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던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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