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서 차량을 몰다가 6살 여자아이를 치고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동 번호만 알려주고 그대로 가버린 50대 운전자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2단독 강산아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A(52)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6일 낮 12시 25분쯤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다가 B(6)양을 치어 다치게 한 뒤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승용차 좌측 중앙 앞부분으로 B양 자전거 앞 부분을 정면으로 들이 받았다. 유아용 자전거를 타고 있다가 A씨의 차량에 치인 B양은 다리 등을 다쳐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당시 B양이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동 번호만 알려준 뒤, 초등학교 5학년인 B양의 언니에게 B양을 인계하고 달아났다.
A씨는 재판에서 갑자기 도로에 튀어나온 B양의 과실로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사고 후) 피해자를 (옆에 있던) 친언니에게 인계하고 가 도주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상 A씨의 전방주시 태만으로 B양을 충돌한 과실이 확인되고, A씨가 인적 사항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현장을 벗어나 도주의 고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강 판사는 "피고인은 어린 피해자가 아프다고 호소하는데도 자신이 사는 아파트 동 번호만 알려주고 피해자를 초등학교 5학년에 불과한 그의 언니에게 인계한 뒤 사고 현장을 이탈했다"며 "피고인 과실과 도주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가볍지 않고 피고인은 과거에도 교통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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