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가상화폐 디지털지갑 ‘노비(Novi)’를 출시해 미국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애초에 목표했던 자체 가상화폐인 ‘디엠(Diem)’은 도입하지 않았다.
19일(현지 시간) 미 CNBC는 “페이스북은 미국과 과테말라에서 노비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거래에는 달러에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 ‘팍소스 달러(USDP)’가 쓰인다.
이날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노비지갑 총괄은 "디엠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노비를 디엠 결제 네트워크로 전환할 의향"이라며 “노비가 앞으로 다른 디지털지갑과도 호환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자체 가상화폐 대신 팍소스 달러를 쓰게 된 것은 디엠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걸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자체 가상화폐를 쓰려면 소비자 보호·돈세탁 가능성·화폐의 안정성 등에 있어서 규제 당국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당국이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페이스북이 독자 통화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각별히 우려하고 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페이스북이 도입한 스테이블 코인 팍소스 달러는 스테이블코인 중 여덟 번째로 시가총액이 크지만 총 1,300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채 1%가 못 된다. 페이스북은 “3년 이상 성공적으로 운영된 스테이블코인으로 시스템을 시험하기 위해 팍소스를 선택했다”며 이 가상화폐가 규제와 소비자 보호 기준을 충족한다는 점, 유보금이 100% 현금이나 현금등가물이어서 이용자들이 쉽게 현지 통화로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노비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거래를 관리할 커스터디(관리) 서비스 협력사로는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선정됐다. 코인베이스의 투자자인 안드레센 호로위츠와 마크 안드레센은 페이스북 이사회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페이스북은 2019년 자체 가상화폐인 '리브라'를 도입해 저렴한 수수료로 돈을 송금하고 상품·서비스 결제에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규제 당국이 우려를 제기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궁지에 몰렸고 이 과정에서 이름도 디엠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최근 노비 프로젝트를 맡았던 핵심 개발자도 회사를 떠나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블록체인 팀에 합류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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