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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태현·안인득 막을 수 있을까…22년 끌었던 스토킹 처벌법 본격 시행

반복·지속적 행위땐 최대5년 징역

경찰, 즉각 개입 법적 근거도 마련

접근 금지·1개월 구치소 유치 가능

반의사불벌죄 등 개선점 여전 지적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주민 22명을 살해한 안인득이 2019년 4월 진주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안 씨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진주=연합뉴스




2019년 4월 조현병 환자인 안인득(44)이 경남 진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 대피하는 주민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안 씨는 윗집에 사는 미성년 피해자 A 씨의 집에 오물을 투척해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였다. A 씨는 반년 넘게 안 씨의 스토킹에 시달렸지만 경찰은 A 씨의 가족이 직접 증거 영상을 확보하기 전까지 단순 계도하는 데 그쳤다. 당시 현행법상 스토킹은 10만 원의 벌금·구류 또는 과태료 처분에 그치는 ‘경범죄’였기 때문이다. 국가가 제때 개입하지 못한 안 씨의 스토킹은 결국 주민 22명이 살해당하는 비극으로 귀결됐다.

앞으로는 안 씨처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반복·지속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할 경우 최대 징역 5년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스토킹 행위를 중범죄로 규정하고 경찰의 대응을 강화한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법안이 1999년 최초로 발의된 이후 22년 만에 이뤄진 변화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 방안은 여전히 미흡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복적인 스토킹 행위를 처벌하는 스토킹처벌법이 21일부터 시작됐다. 상대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우편·전화 등을 이용해 글·그림·영상을 보내거나 △주거지에 물건을 놓는 행위 등을 반복·지속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흉기를 이용해 스토킹하면 5년 이하의 징역도 가능하다.

경찰이 취할 수 있는 대응도 강화됐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사건에 즉각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이제 경찰은 스토킹 신고 접수 시 현장에서 스토킹 행위를 제지·경고하고 동의가 있으면 피해자를 보호시설로 인도해야 한다. 재발 위험이 높은 스토킹의 경우 법원의 승인을 얻어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도 명령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행위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최대 1개월까지 유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경찰은 스토킹 신고 상위 50개 경찰서에 전담 경찰관을 배치하고 사건 대응 매뉴얼을 배포하는 등 제도 안착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지난 4월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김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나 불복해 항소했다. /연합뉴스


스토킹처벌법은 1999년 15대 국회부터 현재 21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20건 넘게 발의됐다. 올해 3월 국회 문턱을 넘기 전까지 ‘구애 행위와 구분이 불명확하다’ ‘형법으로도 처벌 가능하다’는 온정주의에 밀려 번번이 폐기됐다. 하지만 스토킹이 살인·성폭행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며 ‘강력 범죄의 전조 현상’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법안 통과 하루 전 김태현(25)에 의해 벌어진 ‘노원 세 모녀 살해 사건’도 스토킹 끝에 일어난 범죄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럼에도 현행법이 ‘피해자 보호’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대표적이다.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가 지인 혹은 연인 관계일 경우 신고 후에 가해자가 신고 취하 등을 요구할 위험이 여전하다. 이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성가족부도 가정·성폭력에 적용되는 보호 체계를 스토킹에까지 확대하기 위해 별도의 피해자 보호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보호 법안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상담소·보호시설을 활용해 스토킹 피해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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