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진행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내 국가적으로 위기의 연속이었다”면서 ‘위기 극복 정부’를 자임했다. 출범 초 전쟁 위기를 벗어난 데 이어 일본의 수출 규제, 코로나19 대유행 등을 ‘낙관과 긍정의 힘’으로 헤쳐왔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K방역, 재정 확대 등 신속한 정책에 따른 위기 극복을 현 정부의 최대 성과로 내세우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 지난 4년 반을 돌아보면 정책 성공보다 실패가 더 눈에 띈다. 문 대통령 임기 내내 이어진 경제와 안보의 복합 위기는 이념에 얽매여 독선과 오기의 국정 운영을 해온 현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등을 강행해 일자리 쇼크와 자영업자의 몰락을 초래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에서 청년 체감 실업률은 25% 넘게 치솟았다. 반(反)시장적 부동산 정책은 집값 폭등과 전세 대란을 초래해 주거 취약 계층을 불안과 고통에 빠뜨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 1,639만 원으로 현 정부 출범 초에 비해 두 배까지 급등했다. 선거 표심을 의식한 선심 정책 남발로 국가 채무가 1,000조 원에 육박하면서 나라 곳간은 텅 비어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벤트에 매달렸으나 북핵 문제 해결에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최근에는 ‘도발’ 표현을 쓰지 말라고 위협하는 김정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도발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고용 안전망이 강화되고 분배 지표도 개선됐다고 자랑했다. 이날 연설문 1만 1,300여 자 가운데 성과를 홍보하는 내용은 8,200여 자에 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임기 동안의 총체적 실정(失政)을 되돌아보고 진정성 있는 반성부터 해야 한다. 남은 임기라도 더 이상 위기와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엄격한 국가 채무 관리와 진짜 일자리 창출, 집값 잡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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