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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아네트’]아름답지만 기괴한 ‘록 오페라’ 속에 심연의 어두움 담다

레오 카락스 감독 첫 뮤지컬 영화

특유의 영상미, 음악과 조화 돋보여





“그럼, 시작할까요?(So, may we start?)”

화면이 밝아지자 녹음실 스튜디오 바깥에서 레오 카락스 감독이 나타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영화에 온전히 집중해 달라. 노래하고 웃고 박수치고 우는 일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쇼가 벌어지는 동안 숨도 쉬지 말라’는 내레이션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린 터. 그의 말과 함께 결성 50년이 넘은 미국의 형제 듀오 밴드 스파크스(Sparks)가 연주를 시작한다. 카락스 감독의 신작 영화 ‘아네트’는 이렇게 관객들에게 ‘쇼’라는 점을 주지시키며 시작한다. 관객들은 약 140분의 러닝타임 동안 비현실적이면서도 화려한 색채를 담은 미장센과 영상, 15곡의 다양한 노래가 어우러진 뮤지컬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감독 본인의 말을 빌자면 이건 그저 ‘하나의 판타지’다.



‘아네트’는 카락스 감독이 데뷔 후 처음 시도한 뮤지컬 영화다. ‘홀리 모터스’ 이후 약 10년 만에 파격적 형식으로 돌아온다는 거장 감독의 신작 소식에 공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호평을 받은 후 감독상까지 거머쥔 이 작품은 이달 초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도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화 속 노래와 가사들은 카락스 감독 특유의 영상미와 어우러져 독특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스파크스가 미리 만들어 들려준 15곡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영화는 꿈꾸는 듯 초현실적이면서 정신을 홀리는 한 편의 아방가르드한 록 오페라로 완성됐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의 어두운 초현실 버전이라는 일부의 평가가 무색하지 않다. 영화 속 이미지를 비롯해 연기, 연출 등은 모두 과잉이라 느껴질 만하다. 감독은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이를 모두 연극적 요소로 녹여냈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관객들에겐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영화는 오페라가수 안(마리옹 코티아르 분)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 분)가 미국 LA에서 만나 결혼한 후 아네트라는 딸이 태어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폭력적 충동 때문에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존재들까지 파멸로 이끌었던 한 남자에 관한 비극적 뮤지컬이기도 하다. 안이 오페라에서 프리마돈나로 승승장구하는 반면 헨리의 코미디는 혹평을 받으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카락스는 “아주 나쁜 아빠에 대한 이야기”라고 간단히 말했다.

아담 드라이버는 마음의 어둠에 빠져 폭력적이고 우울한 아버지를 연기해 강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특히 영화 중반 안과 헨리가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장면이 압권이다. 카락스 감독은 “영화 속에서 심연에 대한 동정과 공감을 다루고 싶었다”며 이를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의 물속을 보면 떨어져 버릴 것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에 비유했다.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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