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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 전 대통령 앓았던 ‘소뇌위축증’…치료제 없고 진행 늦추는 게 최선

발병 요인 따라 세부 질환명 달라져

술 취한 사람처럼 보행·발음 이상 증상

파킨슨 등 동반 증상 완화하는 약물 시도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숨을 거두었다. 고 노 전 대통령이 지난 1990년 12월 14일 옛 소련 크레믈린궁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사망 원인은 노화로 인한 전신 허약과 순환·호흡기 계통의 지병이다. 고인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고 오랜 투병생활을 지속했다. 2003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식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08년 희소질환인 ‘소뇌위축증’ 판정을 받고 천식 등 지병으로 10년 가까이 자택 치료와 병원 입원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앓았던 소뇌위축증(cerebellar atrophy)은 뇌의 한부분인 소뇌가 쪼그라들면서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을 총칭하는 용어다.

소뇌는 우리 몸의 균형을 잡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신체의 각 기관이 미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 조화로운 운동과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부위다.

소뇌위축증의 공식 명칭은 '소뇌실조증'이다. 흔치 않은 질환인 만큼 여러 용어가 혼재되어 사용되는데, 세부 질환명은 발병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선천성인 경우 척수소뇌실조증(SCA), 퇴행성인 경우 다계통위축증(MSA)이 가장 흔한 유형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에 따라 세부 유형을 나눠보면 SCA에서만 30개 넘는 질환이 보고됐을 정도로 다양하다.



소뇌위축증은 연령과 무관하게 발생한다. SCA가 20~30대에서 호발한다고 알려졌지만 60~70대에 발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확한 국내 환자수를 집계하기도 어렵다. 삼성서울병원 연구진이 1994~2016년까지 소뇌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20명 중 가족력이 없는 환자가 684명으로 집계됐다. 그 중 69%가 MSA 환자다. 가족력이 없는 퇴행성 소뇌위축증 환자가 가장 흔하다는 의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뇌형 다발계통위축증(MSA-C)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997명으로 집계됐다. 낮은 질환 인지도에 비해 진단 받는 환자수가 결코 적지 않은 셈이다. 노 전 대통령도 퇴행성 질환인 MSA를 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소뇌 기능 변화가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도 쉽지 않다. 대개는 환자가 소뇌 이상 증상으로 신경과를 찾으면 동반된 신경계 이상 증상 등을 종합해 기본 방향을 잡고 MRI, CT 등의 정밀검사 를 통해 확진한다.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SCA의 경우 상염색체 우성유전이 발생할 확률이 50%에 이르다 보니, 자신이 '소뇌위축증'인지 모른 채 자녀를 낳았다가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소뇌위축증'의 전형적 증상은 술 취한 사람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소뇌 마비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어눌한 발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운전할 때 몸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물체가 흔들려 보일 수도 있다. MSA 환자는 흔히 소뇌 증상 외에 파킨슨 증상이나 기립성저혈압, 변비, 소변조절장애와 같은 자율신경장애를 동반한다.

아직까지 소뇌위축증의 진행을 확실하게 늦추거나 멈추는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파킨슨 증상, 자율신경장애 등 동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약물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뇌자극과 같은 신경보호 치료의 긍정적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윤진영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동년배에 비해 보행장애가 심하다면 빨리 병원을 찾는 편이 좋다”며 “소뇌 이상 외에도 파킨슨병 등 다양한 신경계질환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감별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정립된 치료법은 없지만 생명공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으므로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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