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벽란도 가는 길

[문화재의 뒤안길] 벽란도 가는 길

고려의 국제 무역항…宋상인 뱃길 확인

18세기 해동지도에 나타난 국제 무역항 벽란도. /사진제공=문화재청




‘벽란도’는 고려시대 수도인 개경에 가까운 예성항 인근에 외국 사신을 위한 객관(客館) 벽란정을 둔 것에서 유래했다. 송나라 상인들이 벽란도에 들어올 때 육지보다는 대량 운송이 가능한 흑산도 남쪽 바다에서 올라오는 뱃길을 선호했다. 이들 상인들이 이용한 배는 중국 남방지역의 객주라는 선박이었는데, 규모는 약 200톤급에 길이는 30m, 승선인원은 60명 정도였다. 송나라 배는 나침반의 발명과 조선술의 발달로 풍랑에도 잘 견디고 계절풍을 이용해 빠른 항해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사서에 따르면 송나라 상인들은 1012~1301년까지 총 135건에 4,976명이 왔다고 하나, 실제로는 더 많은 상인들이 예성항에 도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예기치 못한 해난사고에 대비해야 했다. 바람에 의한 사고로는 암초에 충돌하는 침몰 사고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따라서 뱃길 요소요소에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고 무사항해를 기원해 주는 사찰이 많았다. 흑산도에는 무심사(无心寺), 서해안 허사도·부남군도 인근에는 양원사(養源寺), 군산 선유도에는 자복사·오룡묘(資福寺·五龍廟), 영종도에는 제물사(濟物寺), 강화도 용당돈대(龍堂墩臺) 인근에는 합굴용사(蛤窟龍祠)가 있었다고 한다.



송나라 상인이나 사신단의 고려 예성항 벽란도에 이르는 뱃길이 어떠한 루트였는가에 대한 추정은 다양했다. 첫째는 영종도-석모도-교동도-예성항 루트이고, 둘째는 영종도-손돌목-연미정-승천포-예성항 루트이다. 최근 서긍의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나타난 합굴용사(蛤窟龍祠) 위치가 밝혀짐으로써 송나라 상인들이나 사신단이 이용했던 바닷길이 확인됐다. 그들은 영종도 경원정(慶源亭)에서 숙박을 하고 물살이 험한 강화도 손돌목을 지나 강화도 용당돈대 인근 합굴용사에서 무사항해를 기원했으며, 지금의 연미정이 위치한 강화도 북단 분수령을 지나 강화 평화전망대 인근에서 물때를 기다리며 예성항에 입항했던 것이다. 비록 지금은 갈 수 없는 땅이지만 남과 북이 벽란도에서 서로 만나 과거의 영화를 재현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진호신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