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처음으로 공식 방문한 유럽연합(EU) 의회 대표단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대만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에 함께 맞서겠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차이 총통도 “EU와의 민주적 동맹이 중요하다”며 이에 화답했다. EU 의회의 대중(對中) 강경 행보에 중국이 강력 반발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파엘 글루크스만 EU 의회 의원은 대만 타이베이 총통 관저에서 차이 총통과 만나 “훨씬 더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글루크스만 의원을 포함한 EU 의회 의원 7명은 전날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하고 있다. 글루크스만 의원은 중국의 신장위구르족 인권 유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해 중국의 제재를 받은 인사다.
차이 총통도 “대만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중국의 노력이 늘고 있다”며 “허위 정보에 반대하는 민주적 동맹을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만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중국의 주장을 허위 정보로 평가하며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인 것이다. 양측은 이날 사이버 안보와 코로나19 대응, 반도체 분야를 포함한 EU와 대만의 경제적 유대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U 의회는 최근 대만과 더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EU 의회는 지난해 12월 EU와 중국이 체결한 투자협정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EU 의회는 대만과의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대만 소재 EU ‘타이베이대표부’를 ‘대만대표부’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EU 의회의 이런 움직임에는 경제적 계산이 깔려 있다. 최근 반도체 자립을 선언한 EU에 세계 반도체 산업의 핵심 지역인 대만과의 교류는 필수적이다.
EU 의회 대표단의 방문 시점도 주목할 만하다. 바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회의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차 유럽을 방문해 주요국 정상들과의 회의에서 중국 견제 기조를 재확인한 직후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국가 정상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더러운 중국산 철강”이라고 말하는 등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고 동맹 간 공급망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은 EU 의회 방문의 의미를 깎아내렸다. 이날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서구 의원들은 실질적인 권력도, 사회의 실제적 운영에 대한 책임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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