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검찰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 등의 수 차례에 걸친 소환 조사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 공수처가 수사에 좀 더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5일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수사팀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서초동 대검 감찰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공수처는 “압수수색 여부와 목적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검은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내용이므로 대검에서 파악해주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손 검사는 지난해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할 당시 부하 검사들에게 여러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근거 자료 수집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달 3일과 8일 손 검사는 김 의원 등에게 고발장을 전달했고 김 의원이 이를 조성은씨에게 넘겼다는 게 공수처의 짐작이다.
다만 이 같은 공수처는 그간 수 차례의 압수수색과 소환조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마땅한 근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손 검사를 상대로 1호 체포영장과 1호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모두 기각 당했다. 또 손 검사와 김 의원을 이달 잇따라 조사하고도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번 압수수색은 꽉 막힌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우선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해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공수처는 손 검사의 당시 부하검사 2명을 의심하고 있는데 지난 9월 28일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과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고 곧이어 소환조사도 진행했다. 이들이 사건 초기부터 대검 감찰부의 감찰 대상이었던 만큼 공수처는 이번 압수수색에서 관련 자료를 입수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외곽 수사’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3일에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의 보좌관 A씨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지난해 8월 정 의원에게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는데, 검찰에 접수된 이 고발장은 조성은씨가 김 의원에게 받은 고발장 초안과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이번 수사를 바탕으로 공수처가 고발 사주 사건에 ‘윗선’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건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국민의힘 대선후보)이 이 사건을 지시했거나 개입, 인지했을지 여부이다. 공수처가 “손 검사는 성명불상의 검찰간부들과 공모했다”고 보고 있는 만큼 개인 일탈이 아닌 대검의 조직적 움직임이라는 점이 소명될 경우 칼 끝은 윤 후보에게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공수처는 압수품을 분석한 뒤 조만간 손 검사와 김 의원을 재소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팀은 재소환 전까지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는 등 상황을 반전 시킬 만한 증거를 찾기 위해 보강 수사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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