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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나눔… 생존 걱정 않는 세상 됐으면"

'3,000원 김치찌개' 청년밥상문간 이문수 신부

굶주린 고시원 청년 고독사에

'부담 없이 끼니 해결할 곳' 결심

취준생·자취생 등 日100명 이용

"양질 아르바이트라도 제공하자"

유급 직원들에 4대 보험 제공도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가 10일 서울 정릉시장에 있는 청년밥상문간에서 청년들이 어르신들의 추억을 담아 만든 그림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영규 선임기자




“종교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이야기합니다. 짐승과 구별되는 인간의 특성은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죠. 나눔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특성입니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이 생존 걱정을 하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

서울 정릉시장에 가면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식당이 있다. 이름부터 식당 냄새가 풍기지 않는 ‘청년밥상문간’이다. 이름 그대로 청년을 주 대상으로 하는 곳이다. 눈에 띄는 것은 김치찌개를 단 3,000원에 제공한다는 점. 일반 식당의 절반 이하 가격이다. 지난 6월에 신촌 이화여대 부근에 낸 2호점도 같은 가격이다.

사장은 지난해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바꾸면서 이사장 직함을 달게 된 천주교 수도회 출신인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 10일 서울경제와 만난 이 신부는 청년밥상문간을 세운 이유에 대해 “노인이나 노숙자를 위한 곳은 많지만 청년들을 위한 곳은 별로 없어서"라고 말했다. 그는 “한 청년이 좁디 좁은 고시원에서 굶주림과 지병으로 고독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끼니를 해결 못하는 청년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청년들이 부담 없이 밥 먹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가 10일 서울 정릉시장 청년밥상문간에서 김치찌개용 재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영규 선임기자


다른 봉사 단체와는 달리 돈을 받고 찌개를 파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원래는 1,000원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무료로 주면 자존심이 상하잖아요. 주변에서 말리더군요. 그 와중에 한 청소년을 위한 식당에서 3,000원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따라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싸다고 아무렇게나 만든다고 생각하면 오산. 이 신부는 김치찌개를 위해 시내 유명 전문 식당을 찾아가 벤치마킹도 했다. 라면과 어묵, 햄 사리를 추가 메뉴로 넣은 것도 여기서 얻은 아이디어다.

이곳에 오는 청년들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이들이다. 코로나19로 체육관 운영이 힘들어진 권투 선수, 시골에 계신 부모에게 생활비를 얻어 쓰는 학생, 취업 준비생 등등…. 물론 소문을 듣고 찾아온 40대 이상 기성세대도 있다. 이렇게 식당을 찾는 이들이 하루에 대략 100명 정도 된다.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가 10일 서울 정릉시장에 있는 청년밥상문간에서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어묵 사리를 보여주고 있다. /송영규 선임기자


물론 적자다. 재료비 때문이 아니다. 이곳에선 자원봉사자를 쓰지 않는다. 직원들은 모두 유급 아르바이트생들이다. 이 신부는 “비록 좋은 일자리는 아니지만 양질의 아르바이트만큼은 제공하자는 생각했다”며 “여기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주휴수당도 받고 4대 보험 혜택도 받는다"고 귀끔했다.

외부 후원에 의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통이라면 후원이 끊길까 걱정하기 쉽지만 이 신부는 다르다. 지난달 청년들과 제주 올레길로 ‘희망로드’를 떠났을 때의 일이다. “행군 마지막 주 되던 날 쌀이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그 순간 어느 분이 쌀 700㎏을 보내주시더군요. 그 때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모자라면 채워진다는 것을.”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넘치는 것은 언제나 나눈다. 그는 “남는 쌀은 무료 식당이나 봉사 단체, 보육원 등에 나눠준다”며 “한번은 후원 받은 고등어 일부를 불교 신자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에 보냈더니 절에 내 이름으로 등을 달아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신부에게 종교란 무엇인지 물었다. ‘나눔’이라는 답이 바로 돌아왔다. 그는 “종교는 사람 사는 도리를 가르쳐 주는 것”이라며 “나의 것을 필요한 이와 나누는 것이야말로 사람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 사회에 대한 바람도 있다. 그는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누군가는 일자리를 얻기 힘든 게 현재 사회 구조”라며 “이럴 때일수록 이념을 갖고 싸우기 보다 국민 모두가 생존 걱정을 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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