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을 상징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의 기업 분할은 ‘거대 기업’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증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제 관심은 여러 사업 영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빅테크 기업들의 행보로 쏠리고 있다.
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E의 분사 발표가 기업들이 ‘문어발 사업 모델’에서 탈피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때 금융과 미디어 등 여러 사업에 진출했던 GE는 이날 항공과 에너지·헬스케어에 주력하는 3개 기업으로 분할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지멘스도 2018년에는 헬스케어, 2020년에는 에너지 사업부를 분사했고, 화학기업 다우듀폰은 실리콘과 폴리머 사업부 등을 분사하며 사업을 재조정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20세기 문어발 사업 모델은 기업의 생존 전략 중 하나였다. 여러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일부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다른 사업의 성공으로 기업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한 분야에 특화된 경쟁자에 실적이 뒤처지자 거대 기업을 해체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월가 투자자들을 사업 운영이나 조직을 단순화하고, 주력 사업을 위주로 조직을 재편하도록 기업을 직접 압박했다. 분사 후 기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사례도 이런 흐름을 가속했다. 미국 기업 다나허는 사업 재편 선언 후 최근 5년간 주가가 273% 상승했다. 이날 분사 발표 후 GE 주가는 2.5% 넘게 올랐다.
이제 관심은 플랫폼과 기술을 기반으로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구글과 아마존·애플 등 빅테크 기업에 쏠리고 있다. 특히 각국 규제 당국이 빅테크 기업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견제하는 가운데 이들도 사업 재편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미시간대 제리 데이비스 교수는 “빅테크 기업이 벌이는 사업은 인터넷과 기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며 “기존 대기업들과 직접적 비교가 어렵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